매일신문

[책] 에도시대 일본서는 어떤 일이…

거상들의 시대/와키모토 유이치 지음/강신규 옮김/한스미디어 펴냄

우리나라만큼 일본을 얕보는 나라도 드물다. 일본에 대한 오해는 현대뿐만 아니라 역사에서도 흔하다. 우리는 흔히 에도시대 일본이 조선보다 가난하고 약한 나라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운 좋게 근대화에 성공했고, 제국주의 국가로 성장했다고 오해한다. 사무라이라면 무식한 칼잡이쯤으로 생각하는 것 역시 오해다. 사무라이는 칼만 잘 쓰는 낭인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행정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각 번의 다이묘에게 소속된 월급쟁이었다. 그들은 조선의 선비만큼이나 명예를 소중히 여겼다.

에도시대는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장군(쇼군)이 돼 에도(지금의 도쿄)에 막부를 연 때부터 1868년 마지막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정권을 천황에게 돌려준 때까지를 일컫는다. 이는 조선의 선조 36년부터 고종 5년까지에 해당한다. 에도시대 일본은 어떤 나라였을까?

18세기 에도는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였다. 당시 런던 86만, 파리 54만, 베이징 50만, 조선의 한양이 30만 명이었다. 일본은 정치도읍 에도 외에 거점도시가 발달해 있었다. 교토는 직물 염색 장식 등 기술을 자랑하는 공업도시였고 오사카는 경제를 주름잡았던 상업도시였다.

에도시대 일본은 외견상 중앙집권체제였지만 300여개 영지가 자립한 분권국가였다. 시장경제가 발달했으며,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대중 소비사회가 형성된 시기이기도 하다. 상인들은 쌀을 매개로 최초의 선물거래소를 운영했고(1730년), 지금의 은행에 해당하는 환금융을 시작했다. 농기구 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였고 운하 건설로 수상교통을 활성화했다. 민간에서 아이디어와 자본이 쏟아져 나온 시기이기도 하다.

책은 에도시대 경제시스템의 성립과 변천과정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일본 오사카에서 홋카이도까지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고 한다. 1854년 개국 이후 일본이 어떻게 그처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 그 배경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392쪽, 1만8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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