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금융 관련포럼에서 주관하는 조찬 모임에 참석했다. 우리나라가 헤지펀드 시장의 개방을 앞둔 상황에서 오랜 기간 헤지펀드를 운용하여 온 런던소재 헤지펀드의 CEO가 경험과 전문가로서의 시각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필자에게는 매우 흥미 있는 주제였다. 강사는 하버드비지니스스쿨 출신이었는데 1997년에 아버지가 하던 헤지펀드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당시 담당교수가 강사에게 "하버드비지니스 동문이 없는 산업에 진출하면 성공할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1997년에는 헤지펀드에 진출하려는 하버드비지니스스쿨 출신은 거의 없었단다. 그래서 강사는 가업인 헤지펀드를 물려받았다. 당시 자산운용업계는 롱포지션만 운용하는 뮤추얼펀드(Mutual Fund)와 연금기금(Pension Fund), 그리고 비상장주식투자(Private Equity)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헤지펀드는 태동기에 있어 그 규모는 미미하였다.
당시 헤지펀드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이용하여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이를 위하여 재정거래에 집중하였고, 주식시장에서 롱포지션과 숏포지션을 적절하게 구사하였고, 계량적 통계적 방법을 집중적으로 활용하였다. 그 과정에서 위하여 펀드매니저의 능력과 재량이 크게 작용하였다.
2005년에 이르러 헤지펀드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헤지펀드가 차입에 의존하면서 그 규모가 전통적인 뮤추얼펀드와 연금기금 및 비상장주식투자 규모에 맞먹을 만큼 커졌다. 여타 투자가들도 헤지펀드로 동화되고 있고 군집심리(herd mentality)가 나타나면서 알파(α)는 점차 약화되고 베타(β)만 판을 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알파는 무엇이고 베타는 무엇인가? 헤지펀드가 거둔 수익률 중에서 시장의 움직임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경우를 능가하는 수익률을 거둘 수 있도록 하는 펀드매니저의 능력과 실력을 반영하는 부분을 알파라 하고 나머지 부분을 베타라 한다. 알파와 베타를 계량적으로 시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어떤 식으로 알파를 측정하더라도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시장참가자의 숫자가 많아지면 알파를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없어지고 시장의 움직임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베타의 영역만 늘어난다.
앞으로 헤지펀드 산업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강사는 전통적인 헤지펀드에 대비하여 국제적으로 비효율성을 찾아 이를 이용하는 알파를 추구하는 진일보한 투자방식(advanced investment)이 나올 것이라고 진단한다. 구체적으로는 기본적으로 건전한 금융회사의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나 경제의 불황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비전통적 자산(exotic assets)을 추구한다고 한다.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간다. 지나가고 나면 누구나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사전적으로는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부분에서 냉철한 계산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금융시장의 비효율성을 남보다 먼저 찾아내어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거시경제적으로 보면 알파는 개혁과 규제완화 등을 통한 경제의 체질개선에 해당되고 베타는 양적 증가만을 목표로 하는 노동과 자본 등 투입물의 증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는 이제 경제의 체질개선을 통한 질적 성장을 달성하여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우리의 풍부하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의 하나로 금융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감독제도의 선진화와 규제완화를 통하여 시장참가자들이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알파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겠다.
대구·경북 지역은 전통적으로 인재의 보고이다. 과거에도 그러하고 현재에도 그러하다. 조선시대에도 영남학파로서 수많은 선비를 배출하였으며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에도 지금까지 수많은 인재를 배출함으로써 교육도시로서의 역할을 다하여 왔다. 최근에는 수성구 지역이 상대적으로 값싸고 질 좋은 학원들이 많다고 알려져 방학 동안 전국에서 수험생이 몰려들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필자가 대구에서 근무하는 동안 각종 세미나와 심포지엄에 열심히 참석하였다. 선물과 관련한 한 학술심포지엄에서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여 관심을 보였고 일부 학생들은 투자자로서 직접 시장에 참여한 경험을 배경으로 꽤 전문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를 보고 인상 깊게 생각한 바 있다. 이 지역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많은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인재들의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알파를 극대화하는 것은 교육의 몫이다. 새 정부 들어 교육부문에서도 시장기능을 도입하여 획일성보다는 개인의 창의성을 발현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지역인재의 알파를 극대화하는데 지역사회가 앞장서서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를 기대해 본다.
이강세 여신금융협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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