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김상문 시인이 손자들과 함께 만든 동시집

우리집 가을은 할아버지 책상 위에서/김상문 지음/도서출판 그루 펴냄

도시 아이들에게 계절은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 것일까? 김상문의 열한번째 동시집 '우리 집 가을은 할아버지 책상 위에서'는 도시 아이들과 계절의 만남을 '체험 언어' 로 노래한다.

'할아버지 책상엔 가을이 바쁘게 쌓인다. 좋아하는 손자도 안 주고 가을을 모으는 할아버지는 참 넉넉하시겠네. 우리집 가을은 할아버지 책상 위에서 먼저 온다.(우리 집 가을은 할아버지 책상 위에서) 중에서'

매일 집 뒷산 오솔길을 운동 삼아 오르는 할아버지가 이른 가을 도토리를 하나둘 주워 모아 책상 위에 놓았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손자는 할아버지 책상 위에서 가을이 왔음을 발견했다. 그래서 손자는 '가을을 달라'고 조른다.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좀 더 모을 때까지 기다려라'고 달랜다. 막 도착하기 시작한 가을을 냉큼 따내기보다 가을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씀이다. 이제 손자는 할아버지 책상 위에서 가을이 오고, 깊어가는 모양을 본다.

김상문 동시집은 이렇듯 한 집에 사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체험을 담고 있다. 수식어는 없다. 오고가는 계절과 할아버지와 손자의 공감이 있을 뿐이다. 시인 김상문은 자라는 손자를 보며 시어를 찾아냈다. 그래서 이 시집은 김상문 시인의 개인시집이라기보다 손자들과 함께 엮은 시집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손자들은 시집에 그림까지 보탰다. 시집의 말미에는 초등학생 손자 인규의 일기 몇 편이 붙어있다. 인규의 일기는 아이는 모두 시인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준다. '공개수업'이라는 제목의 일기 한 토막.

'어머니들이 수업을 보러 오셨다. 나는 엄마가 (뒤에) 계신 줄 알고 발표를 여느 때보다 10배나 더 열심히 했다.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엄마가 계시지 않았다. 그 순간 속상하였다.'

시인 김상문은 "어린 손자들이 할아버지 시집에 그림을 넣겠다고 졸라 함께 만들었다. 웃음 짓는 어린이가 떠오를 때는 기쁨을 감출 수 없고, 그 행복을 잊을 수 없으니 그만 쓸 수도 없지 않으냐"고 끊임없이 동시 짓는 이유를 밝혔다. 111쪽, 7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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