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박계란(35·여)씨는 집을 대구 수성구 범물동에서 청도 화양읍으로 옮겼다. 이유는 오직 하나. 자녀 3명을 청도 남성현초교에 보내기 위해서다. 박씨는 "수성구 학교에 아이들을 보냈는데 마치 새장 속에 가둬놓은 느낌이 들어 과감히 시골학교로 옮겼다"고 했다. 남성현초교는 단순히 농촌에 있는 학교가 아니라 대안학교 같은 곳이라고 자랑했다. 박씨는 "다른 학교에 없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방과후 활동, 학부모들이 자원봉사로 학생들에게 과외공부를 시키는 등 장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교사와의 끈끈한 관계를 통해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정말 좋다고 했다.
◆시골학교의 '쿠데타'=보통 학생 수 50명 미만의 시골학교는 학생이 계속 줄어 폐교에 이르는 경로를 밟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부 학교들은 차별화된 교육으로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가까운 곳뿐 아니라 대구, 부산 등 대도시 학생들까지 불러모으고 있다.
폐교 대상이었던 남성현초교의 전교생은 지난해 3월만 해도 고작 24명이었다. 하지만 현재 37명으로 늘어났다. 졸업 8명, 전학 2명을 고려하면 실제 1년 사이에 23명이나 증가한 셈이다.
김응삼 교장은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아이들은 운동장을 한바퀴 돌고 오전 중에 중간 놀이 시간을 만들어 야구나 축구 등을 즐기며 30분 동안 교사와 함께 책읽기를 한다"고 했다. 방과후에는 원어민과 영어공부, 스포츠댄스, 창의성 수학 등을 배우고 인근 숲을 이용한 체험학습도 한다. 이 학교는 2003년부터 숲가꾸기 사업을 펼쳐 교정을 소공원으로 꾸몄을 정도로 주변 환경도 좋다.
김 교장은 "앞으로 방과후 활동에 피아노, 바이올린 수업 등을 추가하고 골프 연습장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학교들=영천 중앙초교 화남분교(화남면 사천리)도 2006년 전교생이 10명으로 줄면서 폐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꾸준히 학생 수가 늘어 현재 42명에 이른다. 동창회의 힘이 컸다.
동창회에서 방과후 활동인 영어나 컴퓨터, 피아노 강습 등을 지원하고 스쿨버스 2대까지 마련했다. 교사들은 주 4시간 이상 학생들에게 개인과외를 하고 있다. 최진 교사는 "학생이 꾸준히 느는 덕분에 내년쯤엔 분교에서 독립학교로 승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주남부초교(상주 지천동)도 4년 전만 해도 전교생 40명으로 폐교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이 학교 역시 폐교 공포에서 벗어나 지금은 학생수 113명의 중간 규모 학교로 바뀌었다.
그 밑바탕엔 교사들의 열의가 있었다. 이용운 교사는 "자연생활이나 역사탐험, 목공이나 음식만들기 등 다양한 토요체험 학습을 하고 방과 후에는 예·체능 중심의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해 아이들이 놀면서 공부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김명수씨는 "대부분 소규모 학교가 학생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들 학교는 교장과 교사, 동창회, 학부모들이 힘을 모아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3월 11일 기준 50명 미만 소규모 학교 가운데 지난해에 비해 학생수가 3명 이상 증가한 학교는 초교 19개, 중학교 7개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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