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9총선 구도와 이슈] ③지역 한나라 독식 깨질까

'안방불패' 시도민 자성론 일어

4·9 총선에서 대구경북의 한나라당 독식 구조가 깨질까?

대구경북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텃밭 중의 텃밭이었다. 한나라당은 2004년 실시된 17대 총선에서 대구 12석 전 지역구를, 경북에서 15석 가운데 14석을 차지하며 지역 1당 지배 구조를 구축했다. 앞서 2000년 치러진 16대 총선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대구의 11석, 경북의 16석 전 지역구를 차지해 그야말로 '싹쓸이'했다.

반면 1996년 실시된 15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자유민주연합 바람에 고전했고, 지역 정치권도 다소 변화의 여지를 보였다. 대구는 전체 13석 중 자민련 8석, 신한국당 2석, 무소속 3석 등으로 나뉘어졌다. 경북 역시 전체 19석 중 신한국당 11석, 무소속 5석, 자민련 2석, 민주당 1석으로 분화됐다. 하지만 당시 자민련이 '원조 보수'를 표방했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지역 정서가 변한 것이 아니라 '반신한국당' 정서가 일시적으로 자민련에 쏠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한나라당 일색의 정치 지형은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선 견제 세력이 없는 탓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 지난 2005년 곽성문 의원의 골프장 맥주병 투척 사건은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주민들은 "한나라당이 대구경북에서 독식을 하다 보니 주민들을 무시하는 오만함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평소 지역구 관리에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태만도 낳았다. 이는 지역구 주민과의 접촉 빈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경북 출신 한 의원은 "경쟁자가 없으니까 의원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수도권의 경우 매주 지역구에서 갖가지 명목으로 주민들과 함께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등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 의원들의 자질이나 태도에서 대구경북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지니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한나라당 일색의 문제점은 현재 공천 과정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역 사정을 꿰고 있고 지역 발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보다는 중앙 정치 인맥을 타고 공천을 받는 소위 '낙하산 공천'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구 쇼핑'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대구의 한 시민은 "백화점을 다니며 가장 가격이 싼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같이 대구경북 출신 서울 인사가 대구의 전 지역구를 둘러보며 상대가 가장 약하게 보이는 곳에 지역구를 정해 중앙에 줄을 대는 '지역구 쇼핑'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한나라당 독식구조는 유권자들의 합리적인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고 이는 오만함으로 연결되고 있다"며 "이런 한나라당의 행태에 유권자들이 응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신문 홈페이지에도 한나라당 독식구조에 대한 비판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휘슬러'라는 아이디를 가진 독자는 "이번 총선에서 또다시 한나라당의 배를 채워주는 행태를 반복하지 않기를 소망한다"며 "양심과 의식을 가진 독자들이 모두 나서 시민계몽운동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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