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여야 정당들의 공천 작업이 지연되면서 전체적인 총선 일정도 미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후보들에 대한 인물 및 정책 검증이 차질을 빚는 등 정책선거가 실종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상 유례없는 바람선거와 조직 동원 선거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총선 일정 지연=한나라당은 현역 의원 물갈이에 나서면서 영남권 공천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한나라당은 총 27곳의 지역구에서 6곳 후보자만 확정하고 나머지 21곳 심사를 계속 연기시키고 있다. 통합민주당 역시 호남물갈이 방침만 세워둔 채 심사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일정은 지난 17대 총선때보다 한 달 이상, 16대 총선에 비해선 두 달 정도 늦어지고 있다. 한 현역 의원은 "선거 홍보물과 선전 현수막 등을 제작해 두었지만 공천이 미뤄지면서 그냥 쌓아두고 있다"며 "예전 같으면 지금쯤 홍보물을 배포하고 표밭을 누비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각 당의 공천 지연은 고도의 총선 전략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영호남 공천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켜 무소속 후보들의 양산을 막아내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정책선거 실종=공천작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각 당은 총선공약을 마련하지도 못하고 있다. 후보자들도 정책경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 간판으로만 선거를 치르려는 후보자들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후보자들은 그동안 공천을 받기 위해 중앙당 '로비'에만 신경을 쓴 탓에 공약을 준비할 시간도 없는 실정이다.
일부 예비후보들은 공천을 받더라도 총선에서 제대로 된 지역공약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전략공천된 후보자의 경우 지역구 사정을 파악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정책공약은 마련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공천을 기대하고 있는 한 한나라당 예비후보는 "공천을 받고나서 유권자들을 만나더라도 누구의 줄을 잡아 공천을 받았는지부터 물어볼까봐 겁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공약을 제시하더라도 이를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각 지역의 총선 구도가 내주까지도 짜이지 않을 경우 후보들 간 공약의 비교와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직선거 우려=공약과 인물 검증의 부실로 불·탈법 선거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벼락치기' 총선은 인물 검증과 공약실천 가능성을 검증할 시간을 빼앗아가고 있다. 후보자들은 훨씬 짧아진 선거 운동 기간을 만회할 즉흥적이면서도 효과 빠른 방법이 필요해졌다. 이는 사조직이나 선거 브로커 등을 이용해 불법선거운동으로 흐를 개연성이 높아졌음을 뜻한다. 또 일부 후보들은 정책과 공약 경쟁 대신 지역색을 이용해 바람 선거를 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바람선거는 시간이 많이 드는 정책·인물 경쟁보다 효과적으로 유권자를 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유권자들의 피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대구의 한 유권자는 "출마자들의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어 유권자들이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갖고 합리적 선택을 하기 쉽지 않다"며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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