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각각 지지 기반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면서 영호남의 지역구의원들이 '선거 때마다 물갈이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들은 '쇄신공천'이라는 18대 총선의 흐름을 인정하면서도 영호남지역 의원들을 지역구도의 수혜자로 보는 시각에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경북의 한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지역구도 덕분에 쉽게 당선된 것은 사실이다. 이는 역으로 그만큼 거센 물갈이에서도 살아남을 만큼 경쟁력을 입증받았다는 것이다"면서 "4년마다 다선중진들을 물갈이한다면 지역정치권은 서울수도권의 다선의원들에게 휘둘리는 등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7대 총선 때 한나라당의 지역구 의원 교체율은 36.4%였고 영남권 물갈이폭은 무려 42.8%에 달했다. 사실상 절반 정도가 교체된 것. 탄핵 역풍에 맞선 야당으로서는 '공천혁명'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통합민주당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인사들의 공천배제 등 대대적인 인적쇄신에 나선 것도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 역시 민주당의 쇄신공천에 맞추기 위해 30%선의 물갈이 방침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지난 11일까지 한나라당은 서울 수도권 172곳의 공천자를 확정했지만 현역의원은 9명밖에 탈락하지 않았다. 10%도 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공언하고 있는 국민의 눈높이 수준은 30%. 이 30%라는 숫자에 맞추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영남권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즉 전체적인 물갈이 폭을 맞추기 위해 '텃밭' 영남권을 제물로 삼겠다는 것. 지역에 따라서는 30%를 훌쩍 넘어 50%에 이르는 현역의원들이 교체될 수도 있다. 대구경북에서 10명선, 부산경남울산에서 14명 정도가 물갈이 대상에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영남권의 지역구 68석 중 한나라당 의원이 있는 곳은 62곳. 이미 단수후보로 확정된 곳은 대구 4곳과 경북 2곳을 포함, 10곳이다. 김용갑 김광원 의원 등 2명은 불출마 선언을 했다. 결국 한나라당의 방침대로라면 영남권 전체로는 남아있는 현역의원 50여명의 절반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지역의원은 "여당이 됐으면 여당의 논리가 필요한데도 합당한 근거가 없는 물갈이 폭이라는 숫자에 매몰돼 야당 시절 고생한 동료들을 칼질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보답인가"라며 씁쓸해 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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