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골프 자제"가 골프 금지령으로…지방 관가 술렁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무원들의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골프 금지령, 현장 방문, 새벽형 회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에 불과할지, 향후 공직자의 기본 자세로 뿌리내릴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새 정부의 골프 금지령에 지역 관가(官街)가 술렁이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골프를 치는 수석이나 비서관이 없을 것"이라며 지난 10일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한 발언이 발단이었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일하기 바쁜데 골프 칠 시간이 있겠느냐는 뜻"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관가에서는 금지령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새 정부 초반일수록 사건사고 우려가 크고 4·9총선도 앞두고 있으므로 가급적 골프장 출입을 자제해 달라"며 사실상 '골프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장 자신도 등산으로 취미를 돌려 골프채를 놓은 지 오래됐다는 것.

대구경찰청 간부들도 주상용 청장이 '자기 관리를 엄격히 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직무 10계명을 지키라'고 지시한 내용과 관련, 골프 금지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경찰 간부는 "청장부터 이례적으로 현장 지구대를 방문해 브리핑을 받는 등 일 중심의 조직운영을 강조하고 있는데, 한가롭게 골프 칠 엄두를 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대구국세청은 이미 청장, 세무서장 등 기관장 이외에 직원이 골프를 칠 경우 감찰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며 경고한 바 있다. 대구의 모 구청장은 "골프 금지든 자제든 근무기강을 다잡는 좋은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골프 금지령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한 공무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맞춰 하급기관에서도 골프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면서도 "이런 조치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직무와 관련해 골프를 치는 공직자를 엄단하는 분위기부터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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