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사기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대구애락원 이사회가 애락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시행사를 설립, '땅 장사'에 나선 사실이 밝혀져 말썽이다. 그런데도 관리감독기관인 대구시는 나 몰라라 하며 방관만 하고 있다.
◆재단 재산으로 시행사 설립
기독교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대구애락원 대책위원회는 2006년 5월 재단 이사들이 '(주)애락주택건설'이라는 아파트 시행사를 설립, 애락원 부지에 아파트(841가구 계획)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탈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당시 이사진 13명 중 4명(2명 구속중)이 임원의 겸임을 금지한 정관을 어기고 각각 시행사 대표이사·이사, 감사를 맡아 재단 재산 3억원을 시행사에 출자하고, 설계용역비 17억여원을 지출하는 등 재단 정관 규정을 어겼다는 것.
이사회 회의록 확인 결과 당시 이사진은 아파트 건설을 위해 시공사 선정까지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애락원에 승인권한을 가진 예수교장로회 경북노회 측에 의해 거부됐고, 대구시에 제출한 주택건설사업신청도 승인받지 못했다. 대책위 측은 "애락주택건설은 주택건설사업을 통한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비영리법인이란 취지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며 이사 퇴진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애락주택건설에 관여한 한 이사는 "시행사 설립이 정관에 위배되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애락원 부지의 종 변경에 대비해 아파트 건축 승인을 얻어놓으면 토지 가치를 보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팔짱만 낀 대구시
애락원의 아파트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과 관련, 대구시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애락원 정관에 따르면 기본재산 처분에 대한 최종 인가권은 대구시가 갖고 있지만, 시는 이사진의 탈법행위를 감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는 특히 1997년 애락원의 병원 신축과 직원사택 건축 명목의 '재단 기본재산처분'을 허가한 이후 기본재산 처분 내역에 대한 감독을 전혀 하지 않다가 지난해 진정을 접수하고 뒤늦게 특별 지도점검에 나섰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 때문에 이사회가 아파트 시행사 출자금, 아파트 설계용역비, 내당동 법인빌딩 신축사업 추진 등의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기본재산을 불분명하게 처분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시는 애락원 이사진의 각종 의혹에도 '재단법인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재단법인은 사회복지법인과 달리 재단법인 고유의 정관에 따르도록 돼 있다"며 "다만 대구애락원이 사회복지사업을 하고 있어 필요에 따라 사회복지법인으로 간주해 법적용을 했을 뿐 원칙적으로 감독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락원 정관에 따르면 기본재산 처분을 비롯해 권리 포기, 이사장 선정 등은 대구시의 인가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이사진 선정의 경우에도 예수교장로회 5개 노회에서 후보자를 추천하면 재단이사회가 최종적으로 대구시에 '통보'하도록 돼 있는 등 절차상의 권한을 시에 두고 있다.
대책위 측은 "애락원처럼 사회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경우 사회복지사업법을 적용해 시의 감독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시의 감독부실로 인해 이사진의 불탈법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의 또다른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쯤 이사진이 교체되고 나면 애락원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구 내당동에 위치한 애락원은 시가 1천억원대로 평가되는 4만9천여㎡의 부지 처리 등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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