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盧 정권 사람들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어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추종세력은 정권을 교체시킨 국민의 뜻을 받들어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정권의 이념 코드에 맞춰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다. 안 대표는 "이들 세력이 각계 요직에 남아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조직, 권력기관, 방송사, 문화계, 학계, 시민단체 등에 남아 있는 구정권 인물들을 청산 대상으로 꼽았다.

이 같은 인위적 청산에 대해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공기업의 임기제 같은 경우다. 물론 원론적으로는 정치적 중립, 안정적 조직 운용을 위해 주어진 임기는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주지하다시피 현재 공기업의 사장, 회장, 이사장은 대부분 낙하산 인사들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한자리 차지한 '권력 코드 인물'들이다. 특별히 전문성과 독립성을 거론할 만할 것도 없는 것이다. 그런 인사들이 임기가 남았다고 버티는 공기업이 조폐공사, 건강보험공단, 연금관리공단, 마사회, 독립기념관 등 한두곳이 아니다.

KBS의 경우도 사장 정연주씨는 좌파 성향의 신문에서 노무현 정부와 코드를 맞췄던 인물이다. 방송 쪽과 상관없는 그가 KBS 사장 자리를 차지한 뒤 몰두한 일은 세상이 알 듯 권력의 나팔수였다. '탄핵 방송'부터 시작해 과거사 청산, 反美(반미)와 같은 이념적 코드 방송에 팔을 걷어붙였었다. 국민의 방송을 그 지경으로 만들었으면 정권이 바뀌자마자 물러났어야 마땅했다. 그런데도 노조의 퇴진 요구조차 묵살하며 내년 11월 임기까지 다 채우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구차한 연명의 몸부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철학과 전혀 딴판이면서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이들은 임기제라 버티지만 사실상 정무직인 자리들이다. 정권이 바뀌면 인적 교체가 이루어져야 하는 자리다. 스스로 물러나는 게 깔끔한 처신이다. 그게 자신의 명예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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