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동안 대구에만 300곳 이상 문 열어
1980년대 당구장, 1990년대 노래방과 PC방이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다면 최근엔 마사지숍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있다.
이같은 추세 속에서 '마사지'하면 '퇴폐'이미지를 떠올리던 시대는 지났다. 장바구니를 든 주부가 발마사지숍을 찾고, 젊은 연인들이 함께 커플 마사지를 즐긴다. 웰빙 바람을 타고 마사지가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을 블루슈머(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의미하는 블루오션(Blue Ocea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에 포함시키고 이들을 위한 마사지숍을 유망산업으로 제시했다. 서울에선 이미 '가요방 숫자'만큼 마사지숍이 생겨나고 있고, 대구에만 해도 전문 숍만 300~4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불과 6개월 안팎의 기간 동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계 모임, 연인 데이트 코스 등 새로운 문화로
4일 오후 3시, 중국 전통 발관리 전문점 '해탈'에는 아줌마들의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 발마사지를 받으며 수다를 떠는 것이 흡사 미용실 같은 분위기다. 친구를 따라 발마사지를 받으러 왔다는 허옥련(58)씨는 "처음엔 선뜻 들어오기가 어려웠지만 이젠 일주일에 한번씩은 마사지를 받고 있다"면서 "계 모임도 이곳에서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젊은 연인들도 자주 찾는다. '해탈'임승환 팀장은 "요즘 젊은 관객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관과 제휴를 맺어 영화관 카드를 소지한 고객에게 할인혜택을 줬더니,'영화관-식사-마사지'로 데이트 코스를 바꾼 젊은 연인들도 많아졌단다. 커플룸에는 연인 뿐만 아니라 부부도 자주 찾는다.
'마사지숍'이 새로운 모임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낮엔 중년 여성들이 계모임 장소로 마사지숍을 선택, 한번에 3~5명씩 찾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밤이 되면 회식을 끝낸 직장인들이 단체로 찾는다. 1차 술자리를 끝내고 2차로 팀 전체가 마사지를 받는다는 것. 외국 바이어를 접대하기 위해 찾는 경우도 있다.
미용경락마사지를 하는 S스킨케어 관계자에 따르면 마사지 문화가 크게 변하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피부나 몸매에 문제가 있어 마사지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자신에게 투자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 마사지도 목욕탕 가듯 보편화됐다는 말이다.
이는 잦아진 해외여행 때문이기도 하다. 태국'중국 현지에서 마사지 서비스를 받아본 사람들이 한국에서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원하기 때문이다. 타이'스포츠마사지 박재영 원장은 "한번쯤 현지 마사지를 받아본 분들이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초미니 마사지, 부분 마사지 등으로 특화
최근엔 바쁜 현대인을 위한 초미니 마사지 코스가 인기다. 회의 전후, 이동 중간에 짬을 내 피로를 푸는 방법으로 마사지를 받는 직장인이 많아지고 있다. 부분 마사지는 어깨'발'머리 등 원하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어 인기다. 얼굴 윤곽관리, 턱선관리로 더 세분화되기도 한다.
특별한 마사지들도 인기다. 1도 정도의 가벼운 화상을 일으켜 몸속의 독소를 빼낸다는 화주마사지, 뜨겁거나 찬 돌을 이용하는 스톤마사지 등 독특한 마사지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요즘은 마사지를 직접 배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국제건강피부관리협회 김용갑 회장은 "목이나 어깨가 결리는 부모님, 공부하는 자녀에게 직접 마사지를 해주기 위해 마사지를 배우러 오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마사지가 퇴폐 아닌 건강의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년 정도 밖에 안됐지만 빠른 속도로 마니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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