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곳을 아시나요] (3)대구 동구 중대동 '블루문(BLUE MOON)'

따스한 햇살처럼 스며드는 커피향, 그 여유로움이 좋다

'카페(cafe)'에 대해 정의를 내리지 않은 것 같다. '커피(coffee)'라는 기호음료를 파는 장소이다. 처음 문을 연 곳이 16세기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이집트 카이로, 터키 이스탄불 등이라고 한다. 초기 카페들은 싼 가격에 흥겨운 분위기, 다양한 사람들과의 의견 교환, 서양장기 등 재미있는 게임, 시낭송과 사교모임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카페의 유럽 진출은 커피가 유럽대륙에 등장한 지 20년만인 1670년부터 이다. 이 시기의 가장 유명한 카페로는 베네치아의 플로리안(Florian), 파리의 프로코프(Procope), 빈의 데멜(Demel) 등으로 주로 부르조아, 예술가, 지식인, 정치인들이 주로 찾아 여유롭게, 또는 심각하거나 진지하게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며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던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스넥과 그릴, 레스토랑 등이 카페의 주역이었으나 최근 들어 커피전문점이 가세, 카페 문화를 더욱 더 발전'확산시키고 있는 추세다.

레스토랑이란 이름을 걸고 있지만 증기로 뽑아낸 진한 커피의 향이 물씬 풍기는 팔공산의 파계사 입구(대구 동구 중대동 844의 7)에 위치한 BLUE MOON(981-8088). 9일 오후 등산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들른 이곳은 주말에 기분전환을 하며 즐기기 위해 온 가족들로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매주 하산 길에 등산 파트너인 이윤희(영남대 사회교육원 행정실장)씨 등과 함께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피로를 푸는 곳이라 미리 약속을 하지 않았지만 배문선(56)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늘 차분한 색상의 양복에 넥타이를 한 채 상점을 지키는 배 사장은 봉화 출신으로 예전에는 의류판매업(동대문패션)을 했던 사람이다. 한잔에 5천~6천원 하는 커피는 수십가지로 마니아들 사이에 맛있기로 소문나 있다. 특히 에스프레소는 황실커피로 불리는 독일산 콩을 쓰고 있다. 이를 아는 사람은 꼭 에스프레소만 찾는다. 커피 메뉴는 문 연지 5년째 접어드는 앞의 커피전문점 '휴(休)'와 같다. 휴는 테이블 21개로 녹슨 아연판과 유리로 옷을 입힌 가운데 심플한 인테리어의 내부가 차갑게 느껴지지만 맛과 향이 일품인 따뜻한 커피와 유리를 통해 동서남쪽으로 보이는 산과 들의 풍광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여유로움과 포근함을 선사한다. 평일 낮에는 소위 '명품' 커피 잔을 써 주부들로부터 인기다.

배 사장이 1984년 땅(블루문 562㎡, 휴 480㎡)을 대구시로부터 매입해 92년 바닥면적 166㎡규모 3층 건물을 지어 1,2층은 한식당, 3층과 옥상을 레스토랑으로 영업을 시작했다가 1년 뒤 모든 공간을 양식당(테이블 30개, 좌석 120개)으로 꾸몄다.

그 후 외국브랜드의 외식 점포확대 등의 영향으로 경영난도 겪었지만 있었지만 단골손님들이 두터운 버팀목이 돼준 덕에 대구시민들의 만남 공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배 사장은 말한다. 10년 넘게 단골들이 이어지고 있는 데는 싫증나지 않는 친환경적 인테리어가 한몫하고 있다. 은은한 백열전구 조명에 벽돌 칸막이와 나무 바닥, 석고를 바른 천정과 벽체에다 밖이 훤히 보이는 유리창 등은 이집 만의 컨셉트다.

물론 음식 맛도 일품이다. 건설업을 하는 장병갑(47'대구 수성구 상동)씨는 파스타와 스테이크 등이 가족들 입맛에 맞아 주말에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스테이크'파스타'라이스'샌드위치 등 다양한 메뉴 중에서 이집 사장은 굴소스로 맛을 내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안심과 굴소스 볶음밥(1만7천원)'과'등심스테이크(2만9천원)'를 추천했다. 볶음밥은 한식과 중국식 맛을 겸해 중'노년층들이 좋아하고, 등심스테이크는 씹을 때 질감으로 인해 젊은 층이 즐겨 찾는단다. 요리사가 5명이나 되지만 금방 만들어낸 음식을 내놓을 수 있는 수(30명) 이상의 단체 예약손님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맛과 품질을 지키고 있다. 단골고객 확보를 위해 사용금액의 10%를 포인트로 적립, 10만원이 넘으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멤버십 카드'를 발급하는 것도 이 집의 자랑이다.

"나이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지 않는 한 가게를 운영하겠다"는 배 사장은 "어느 하루는 아픈 사람이 '마지막 식사를 하고 싶다'며 미리 예약을 하고 가족과 찾았을 때는 직원들과 함께 눈시울을 적셨다"는 등 카페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이야기 했다.

아울러 배 사장은 갈수록 커피 손님은 늘어나는 반면 술 손님은 줄면서 혼자 오는 손님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내 다방이 사라진 이유는 '휴대전화의 등장'에 있다고 했다. 예전에 친구나 연인을 만날 때면 반드시 다방에서 만나 영화관 등 다른 목적지로 갔지만 휴대전화가 생기고는 만나기 직전에 서로 연락을 하기 때문에 다방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서 젊어지는 것 같다"는 배 사장은 인생을 아는 사람들과 함께 '불루 문'과 '휴'를 지키며, 일상에 지친 시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더욱 더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저는 손님들의 얘기를, 손님들은 제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여유로운 유식공간이었으면 합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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