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집증후군 예방, 잦은 환기가 '첫손'

천식'피부염'비염 등 아토피 질환자들 증세 악화 일쑤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로 이사한 김현철(가명'35)씨는 부쩍 심해진 아이들의 피부병 때문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아토피 증세로 힘들어했는데 이사한 뒤부터 얼굴 등 온몸에 붉은 물집이 생기는 등 아토피 피부염이 더욱 심해진 것. 그는 "새집증후군이 걱정되긴 했지만 요즘은 아파트에 접착제나 공업용 본드 등을 사용 안 한다고 해 안심하고 이사했는데 후회막급"이라며 "온 식구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등 일상이 엉망이 돼 버렸다"고 한숨쉬었다.

"새집에 이사 가면 무조건 아토피에 걸린다?"

최근 아파트 신축 및 입주가 잇따르면서 새집증후군에 대한 걱정이 많다. 새 아파트에 들어가면 아토피에 걸리거나 증상이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것.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바로 아토피일 것이다. 실제 새집, 특히 신축 아파트로 이사한 뒤 기침, 피로감, 두통, 어지럼증, 콧물, 가려움증, 피부염 등 아토피 질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그렇다면, 새집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걸까. 그건 아니다. 새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성 물질들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다 민감한 증상을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한 화학물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특정한 부류, 즉 화학물질 과민증이 있는 사람에게 대체로 선천적으로 '아토피 소질(소인'체질)'이 있으며 이러한 사람들이 새집증후군으로 인해 아토피가 유발되거나 증상이 더 심해진다. 실제 그리스어에서 나온 '아토피(atopy)'란 말은 '비정상적인', '기묘한'이라는 의미로, '유전적인 알레르기 소질'로 풀이할 수 있다. 특정한 소질을 갖고 있는 개인에서 피부, 호흡기 점막, 안점막 등에 나타나는 알레르기 증상이란 뜻이다.

아토피 환자들은 각종 알레르기 원인 물질 혹은 자극성 물질에 민감하기 때문에 새집증후군에 더욱 취약하다. 최근 신축 아파트 입주가 잇따르면서 새집증후군과 동반돼 천식,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결막염, 두드러기 등 아토피 질환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집증후군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대표적인 물질 두 가지는 각종 건축자재에서 배출되는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집 안의 가구, 벽지, 타일, 장판, 카펫, 단열재, 방향제, 석면 등 단열재와 시공과정에서 사용되는 접착제, 발암물질인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에서 주로 나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새집증후군을 막을 수 있을까. 원천적으로 이를 완전히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렇지만 최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환기를 자주 시키는 등의 노력을 하면 그만큼 줄일 수 있다. 미리 새집증후군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첫째는 잦은 환기다. 이는 가장 간편하면서도 편리한 방법. 하루에 30분 이상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면 오염된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외출할 때 환기구를 열어 두거나 욕실이나 주방의 환풍기를 틀어 놓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둘째,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 전 난방을 하루 8시간 이상, 30℃, 일주일 이상 한 뒤 입주하고 셋째, 화학물질을 내뿜는 합판이나 벽지 대신 숯이나 황토, 은 등 천연소재 혹은 오염물질을 흡입하는 기능이 첨가된 자연소재의 마감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넷째, 여러 가지 화학약품 처리가 돼 있고, 아토피나 알레르기 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도 있는 카펫 등의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

다섯째, 코, 눈, 목 등의 점막이 따갑고 자극되는 등의 증상은 온도가 높을수록 습도가 낮을수록 심해지는 만큼 실내온도를 18~22℃, 습도는 60% 정도로 조절, 유지하면 좋다. 여섯째, 공기정화기는 입자 크기가 작은 집먼지 진드기 항원이나 담배연기, 화학물질로 인한 환경오염물질 제거 등에는 효과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꽃가루나 곰팡이 등 입자가 큰 오염물질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인 만큼, 공기정화기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일곱째, 새집이나 인테리어를 새로 한 집은 3년 정도 지나야 화학물질이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줄기 때문에 아토피 소질이 있는 사람은 되도록 새집보다는 지은 지 3년 이상 된 집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 밖에도 집안에 공기 속 오염물질을 흡수해서 분해할 수 있는 산세베리아, 디펜파키아, 안스륨, 크로톤 등의 식물을 들여놓는 것도 새집증후군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김도원 경북대병원 피부과 교수

※ 새집증후군 예방 수칙

▷환기를 자주 시켜라.

▷베이크 아웃(Bake Out)을 실시하라.

▷자연소재 마감재를 사용하라.

▷카펫 등 사용을 줄여라.

▷적정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라.

▷공기정화기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능한 한 지은 지 3년 이상 된 집으로 이사하라.

▷집안 오염물질을 흡수, 분해할 수 있는 식물을 들여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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