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명학 이야기]예명, 삶의 활역소

이재박(예지작명원장)
이재박(예지작명원장)

예명은 연예인이나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관명(官名)을 대신해서, 타인으로 하여금 그렇게 불리기를 희망하여 따로 지어 사용하는 이름이다. 이는 본인이 직접 짓거나 주변의 지인들이 지어주기도 하며, 종교적인 믿음이 독실한 사람들은 세례명, 법명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사용되는 이름의 종류는 다양하다. 때와 시기에 따라 붙여지는 이름의 종류는 ▷아명 또는 유명(乳名)=어린 시절에 부르는 이름으로, 성인이 되면 자연히 소멸되며 ▷관명(官名)=태어나면 바로 지어 호적에 등재하는 이름으로, 평생에 가장 많이 쓰이는 한 사람에 대한 정식 이름이다. 자(字)는 이름을 소중히 여겨 함부로 부르지 않았던 관습에서, 혼례를 치른 남자가 관명을 대신하여 불렀다. ▷아호(雅號)=허물없이 타인으로부터 불려지기 위해 지은 이름으로 예전에는 예술인이나 장인, 학자들이 많이 사용했으나 요즘엔 일반인들도 많이 쓴다. 거처하는 곳의 지명이나, 좋아하는 자연의 사물을 대상으로 해 짓는 경우가 많다. 서예가 김응현 선생은 항상 처음과 같은 자세로 공부에 임하겠노라고'여초(如初)', 벼슬에서 물러나 시냇물을 벗하며 학문에 전념을 다하겠다는 뜻으로'퇴계(退溪)'라고 자호(自號)한 이황 선생은, 자신이 지향하는 뜻을 담았다. 남녀의 구분 없이 사회활동이 두드러진 요즘에는 여성들도 아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의 여성들은 결혼하면 고향의 지명을 택호(宅號)로 사용하였는데, 예를 들어 안동에서 시집 오면'안동댁'이라 부른 것. 그러나 반가(班家)에서는 여성에게도 격식을 갖춘 호를 사용했다. 여류화가이며 율곡의 어머니인'사임당(師任堂)'이 그 예이다.

간혹 사람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자신의 가명(假名)이 00이라고 말할 때가 있다. 가명은 특수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이나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면 업무수행에 불편한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그 신분을 감추기 위해 위장하는 가짜 이름이기에,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예명, 또는 관명을 대신하는 여러 가지의 이름을 지을 때도 사주(四柱)와 같이 음양오행(陰陽五行)을 잘 따져서 짓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름을 지을 때 한자의 획수나 부수에 치중, 작명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좋은 이름을 기대할 수 없다. 한자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중국 후한(後漢)시대의 학자 허신(許愼)의 육서론(六書論)을 중심으로 제자된 문자이기에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이 한자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 어느 나라의 문자도 마찬가지이다.

몇해 전 캐나다 유학생의 어머니가 "아들이 캐나다에서'지투(G2)'라는 예명을 사용하며, 노트와 책 T셔츠에도 이렇게 쓰고 다니는데 괜찮냐?"고 물었다. 아들에게 지투라는 이름은 우두머리 기질과 정신력이 강한 성격을 형성하는 이름이고, 사용하면 좋다고 하니 유학 2년차인 아들이 현지서 한인학생 회장을 맡고 있는데 이름의 성격과 흡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현재 국내에서'나엠(나M)'이라는 예명을 사용하는 여가수가 있다. 이름은 나만을 위한 짧은 음악이라고 했다. 음악과 같은 부르는 이름의 소리가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니, 소리의 음운(音韻)오행(五行)을 잘 활용하여 공들여 지은 예명을 불러보는 것도 삶에 큰 활력소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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