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봉규의 휴]건배주라고 다 좋을까

예로부터 최고 통치권자가 즐겨 마시거나 특별한 행사에서 건배주로 사용한 술은 세인들의 관심 대상이 돼 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마신 것으로 알려진 위스키 '시바스 리갈'이 오랫동안 상류층으로부터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들어서는 대형 행사에 쓰이는 건배주에 대해 관심이 쏠리면서 제조업체에서는 이를 마케팅에 십분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즐겨 마셨으며,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때 만찬 건배주로 등장한 북한의 들쭉술은 요즘 금강산이나 개성 관광을 다녀오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한병쯤 구입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또 지난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건배주로 쓰인 프랑스산 와인의 경우 연말 우리나라 유명 백화점 이벤트에서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상황버섯 발효주 '천년약속'은 2005년 부산서 열린 APEC공식 건배주로 선정된 이후 매출이 10배로 껑충 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건배주로 사용된 술을 놓고 주류업체뿐만 아니라 애주가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취임 연회장의 건배주로 낙점된 술은 청도의 특산물인 반시로 빚은 와인 '감그린'이다. 이후 감와인은 서울과 대구 등 유명 백화점 와인매장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는 게 언론보도 내용이다. 그런데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지가 한참 지났는 데도 대통령의 건배주관련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건배주로 쓰인 술이 천안의 '거봉포도 와인'이라는 기사가 있는가 하면, '선양 보리소주'라는 언급도 있다. 모두 맞는 말인 것 같다. 어떤 술은 취임식 전야제의 건배주, 또 다른 술은 취임식 오찬 건배주라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 브랜드가 대통령 건배주로 거론되면서 세인들의 호기심을 유발, 구매로 연결되면서 제조업체는 '대박'의 꿈을 실현시킬 기회를 잡고 있다.

하지만 식품인 술은 결국 그 원료가 무엇인가에 따라 오행적 성질이 서로 달라 몸에 약이 되든가 아니면 독이 된다. 목(木)의 성질을 띤 포도로 만든 와인은 봄(木)태생과 그 상생관계인 겨울(水)'여름(火)태생에게 좋은 술이지만 상극관계인 늦여름(土) 또는 가을(金)태생에게는 좋지 않은 술이다. 하지만 토(土)성질을 가진 상황버섯 발효주나 감 와인은 그 반대의 작용을 한다. 즉 늦여름(土)태생과 그 상생관계인 여름(火)'가을(金)태생에게는 좋지만 봄(木)'겨울(水)태생에게는 독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몸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와인을 마시고도 두통이나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다. 공식 건배주가 누구에게나 맞는 공식적인 술이 되느냐는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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