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거 잘못 주문한 거 아냐?"
대구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소주를 시킨 손님들로부터 질문을 받는다"고 했다. 소주병에 새겨진 소주회사 이름과 소주병에 붙은 브랜드 표지가 다르다는 것.
김씨는 "소주회사들이 빈병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나오는 질문"이라며 "빈병을 공동으로 사용하면 병 수거가 쉬워 병값이 덜 들어가니 소주회사들의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쟁회사와도 기꺼이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이 자리잡고 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한다'는 것.
주류업계의 경우, 소주·맥주 회사들은 빈병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환경부가 유도한 측면도 있지만 주류 회사들도 빈병을 공동으로 사용하면 원가 부담이 덜하다.
김석 금복주 홍보담당 상무는 "상표표지는 다시 붙이면 되지만 병에 양각으로 새겨진 상표는 그대로 놔둘 수밖에 없어 일부 손님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특히 점자로 상표를 구분하는 시각장애인들은 항의를 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빈병을 공동으로 사용하면 병 제작비용이 적게 들어 더 싼값에 소비자들에게 소주를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대구은행은 전산장애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백업센터'를 부산은행과 공동으로 마련, 경남 밀양에 두고 있다.
대구은행은 부산·경남지역에도 지점을 갖고 있어 사실상 부산은행과 영업구역이 겹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과감히 협력한 것.
서정원 대구은행 전산담당 본부장은 "부산은행과 협력, 공동으로 백업센터를 운영하면 단독 백업센터를 둘 때보다 연간 10억원 정도 비용이 절감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손잡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증권으로 자금이 쏠려 은행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증권사와 은행이 손잡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대구은행은 물론, 부산은행과도 IB(투자은행)부문 제휴를 체결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지방 진출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지역 은행의 힘이 필요했고, 지방은행도 다소 떨어지는 역량인 IB업무를 보완할 수 있어서다.
한편 외국에서는 이미 '적과의 동침'이 일반화하고 있다.
미국 최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사와 2대 방위산업체인 보잉사는 최근 미 공군의 차세대 장거리 폭격기 사업 참여를 위해 공동설계팀을 구성키로 했다. 록히드 마틴사와 보잉사는 미 국방부의 무기구매사업에서 거의 대부분 경쟁관계에 있었으나 기꺼이 손을 잡았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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