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18대 총선 공천 심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 측근들이 줄줄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정치권에 승자독식 구조가 재현되자 우리 정치문화도 한단계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현재까지 한나라당의 공천 내정자들의 계파 분포는 친이 측 116명, 친박 측 28명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양 계파의 비율은 4대 1로 친이 측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미 친박의 이규택·한선교·이진구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고, 친박 성향의 당원협의회 위원장 상당수도 공천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공천에서 친박 성향의 의원과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잇따라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자 박 전 대표가 분노를 터뜨렸다.
박 전 대표는 12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너무 말도 안 되는 기가 막힌 일들이 비일비재했고 이런 식으로 공천이 갈 수 있느냐, 이렇게 잘못된 공천을 할 수 있느냐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깨끗하게 승복하고 대선 승리를 위해 일조했던 박 전 대표가 자신을 도왔던 인사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어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을 포함한 영남권 공천심사에서 친박 의원들이 상당수 공천에서 탈락할 것이란 소문이 떠돌고 있다. 본격적인 솎아내기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역 정치권에서는 경선에서 패배를 깨끗이 승복했던 박 전 대표를 도왔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무차별 탈락될 경우 장기적으로 경선 승복 문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또 정치권의 승자독식 구도는 타협과 합의라는 정치의 미덕(?)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줄여 당내 경선이 정도를 벗어난 무차별적인 싸움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 문화의 퇴보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정치권의 인식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박 전 대표는 보기 드문 경선 승복으로 우리나라 정치 문화를 한단계 끌어올렸다"며 "하지만 공천에서 박 전 대표 측근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면 앞으로 누가 승복을 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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