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 판매업자 A(36·북구 태전동)씨는 요즘 유사 휘발유 판매업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중이다.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지자체들이 숭례문 방화 사건을 계기로 시너 구입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명시하는 '구입자 실명제'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방화 예방을 위해서는 시너 구입 실명제가 필요하다. 서울시가 시작하면 대구도 동참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간 단속을 놓고 당국과 숨바꼭질을 벌여왔던 유사 휘발유 업계는 시너 구입 실명제 실시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단속·처벌법규 강화에도 불구하고 숙지지 않던 유사 휘발유 판매업이 엉뚱하게 숭례문 화재로 인해 된서리를 맞는 것 아니냐는 것.
업자 A씨는 "도매업체에서 구매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까지 적으라고 하니 앞으로 시너를 대량으로 구입하기가 어렵게 됐다"며 "이제 유사휘발유 판매업소가 한꺼번에 없어지게 생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B씨는 "시너를 산 사람의 신분과 판매 현황이 모두 노출되기 때문에 대량 구매할 경우 경찰 추적을 받기 쉽다"며 "물량 확보를 위해 미리 시너 수십통을 사놨다"고 말했다.
C씨는 "넉달 전 목이 좋아 높은 권리금까지 주고 가게를 얻었는데 일부라도 건지기 위해 빨리 가게를 내놓기로 했다"고 푸념했다.
최근 유류값 인상으로 시너값이 뛰면서 일부에서 사재기를 하는 바람에 시너를 담는 용기(깡통)까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일부 시민들의 반응은 착잡하다. 평소 타지 출장이 잦은 C(32)씨는 "정부가 유사휘발유 구입자를 범법자로 몰기 전에 기름값을 안정시키고 유류세 인하도 피부에 닿게 해야 하지 않느냐"고 푸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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