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에 접어든 지난 10일 오후 1시쯤 대구 서구의 A 초등학교. 문방구 앞은 동전을 건네고 군것질거리를 사먹는 아이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좁은 좌판을 가득 메운 먹을거리들은 한눈에도 조잡해 보였다. 적색·청색 합성착색료로 색깔을 입힌 '캐러멜', 닭고기 양념튀김을 잘게 비닐봉지에 포장한 '핫미트볼', 지방 성분만 80%에 이른다고 표시된 '짜먹는 초콜릿' 등이 대부분. 유통기한 표시가 없는 것들도 있었다. 1학년 어린이는 "값도 싸고 맛도 있어서 친구들과 자주 사먹는다"며 "몸에 나쁜 음식인지는 오른다"고 말했다.
◆불안한 학교 안팎의 먹을거리
교육부와 지자체, 식약청 등이 학교 매점내 탄산음료, 라면, 튀김, 커피 등의 판매를 금지 또는 자제시키고, 학교 인근 200m내에서는 불량식품을 추방하자는 취지의 '세이프 푸드 존', '그린 푸드존' 등의 대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학생 건강 증진 대책'을 각 교육청에 내려 보내 학교 매점에서 탄산음료나 커피 등의 판매를 금지했다. 비만 유발 성분이나 중독성 카페인이 함유돼 청소년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10일 오후 2시쯤 찾아간 대구 남구의 B고교 매점에서는 탄산음료와 컵라면이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매점 앞에는 탄산음료 자동판매기가 4대나 됐다. 교육부 대책대로라면 이미 없어져야 하는 것들이다. 콜라를 뽑아 먹던 김모(16) 군은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많이 나와서 탄산음료를 사먹는다. 학교에서 못 판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C고교 매점에서는 탄산음료 이외에도 라면, 튀김류 등이 학생들의 군것질거리로 팔리고 있었다. 교육부에서 위생 관리가 허술할 수 있다며 판매 금지를 권고한 품목들이다. 매점 업주는 "단속을 나올 때만 잠시 치워놨다가 다시 꺼내 판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제조부터 판매까지 불량
대구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달 25~29일 대구경북의 어린이 기호식품 제조업체 36개소를 점검해 위반 사항 15건을 적발했다. 비만과 당뇨를 유발하는 트랜스 지방, 포화지방 등의 성분 표시 기준을 어긴 과자, 사탕, 유탕처리 식품을 제조한 업체들이 단속돼 행정처분을 받았다. 식약청 관계자는"일부 업체들은 음식물 제조 과정의 위생상태가 아주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구식약청과 시민감시단이 초등학교 200m이내 어린이 기호식품 판매업소 122개를 선정, 모니터링한 결과 모두 69건의 위반사실을 적발했다. 이중에는 포장마차식으로 어묵이나 떡볶이 등을 파는 무신고 업체들이 다수였다.
또한 부산식약청이 지난해 초등학교 주변에서 판매중인 저가(100~200원) 어린이 기호식품을 점검한 결과, 수입식품이 5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값싸고 질이 낮은 원료를 사용해 만든 사탕, 초콜릿, 젤리 등이 대부분이었다. 대구식약청 관계자는 "유해한 어린이 기호식품 범람을 막기 위해 제조업체부터 판매업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연중 감시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서울에서는 발빠르게 불량식품 단속·판매금지에 나서고 있는데 지방에서는 맨날 헛구호만 외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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