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차기 당권 주자들의 고민거리는 당장 4·9 총선이다. 차기 당 대표에 걸맞은 리더십을 보여 주기 위해서는 총선이라는 관문을 잘 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대만큼 좋은 구도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현재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는 이재오·정몽준 전·현직 두 최고위원. 7월 임기를 마치는 강재섭 대표는 연임 가능성이 없고, 박근혜 전 대표도 다시 한번 도전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태다. 이상득 국회 부의장은 국회 의장을 선호하고 있고, 박희태 전 부의장도 당권 도전보다는 국회의장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들어 차기 당권 장악에 대한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 그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전반기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으려면 이명박 대통령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정 최고위원도 최근 "7월 전당대회에서 출마를 안 하자니 방관자가 되고 출마를 하자니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할 텐데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로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두 '예비후보'들의 경쟁이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자칫 이번 총선에서 당권 가도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 전 최고위원은 이번 총선에서 고전이 예상된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타도 이재오'를 선언하면서 이 전 최고의 지역구인 '은평을'에 출마한다. 이 전 최고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이기긴 했지만 당시 열린우리당 여성 후보에게 2천500여표 차이로 고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표가 젊은 층을 파고들 경우 결과를 낙관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옆 동네인 은평갑의 '이미경 효과'도 우려스럽다. 17대 총선 때와 같이 통합민주당 이 의원의 압승이 재연될 경우 옆동네인 자신의 지역구까지 여파가 미치지 않겠느냐는 것.
정 최고위원은 당초 종로 등에 전략 공천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결국 자신의 본래 지역구인 울산동구에 재출마할 계획이다. 종로 출마는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그의 정치적 포부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였으나 이를 포기하고 돌아섬으로써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정 의원의 자세는 지난 16대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끝내 파기하는 등 정치적 모험을 의도적으로 피해 온 '온실 정치인' 이미지를 더욱 확산시킬 것이란 점에서 그에게는 상당한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5선 중진 의원임에도 오랫동안 무소속으로 활동해 당과 국회에 뿌리가 깊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신중한 행보는 스스로 정치력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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