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는 원래 통신 용어였다. 그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사를 놓고 언론계가 비판하자 당시 정찬용 인사수석이 "220V에 110V 코드를 꽂으면 다 타 버린다"고 변명하면서 사회적 힘이 실렸다.
내놓고 얘기해서 누구든 자리에 따른 힘을 행사하기 위해 코드에 맞춰 사람을 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 자리가 전부를 걸고 선거라는 과정을 거쳐 당선된 대통령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하필 언론과 사이가 나쁜 노 전 대통령이 그런 지적을 받으면서 비난의 뉘앙스가 진해졌을 뿐이다.
역대 선거에서 최대 표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코드인사 비난을 겁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일 게다. 덕분(?)인지 이 대통령은 취임 한달이 다 되도록 자기가 부릴 장관조차 제대로 임명하지 못해 절름발이 내각을 끌고 있다. 개인적 자질이 코드를 무력화시킨 역작용으로 보인다. 인사를 두고 강부자니 고소영이니 느닷없이 연예인이 등장하는 것이 그 한 증거다.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이 대통령 앞에서 임명장을 받는 모습이 안방에 TV로 방영됐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들에게 제시됐던 각종 의혹과 혐의들이 뻔뻔스런 변명과 함께 웃는 얼굴에 오버랩돼 시정에 술안주가 되고 있다. 아직도 자신이 몸담았던 학계와 언론으로부터 '즉시 사퇴하라'는 압박을 공개적으로 받고 있는 인물도 있다. 그리 보면 새 정부가 출발도 하기 전에 낙마한 장관 후보들은 개인적으로 그나마 다행인 듯하다. 온 나라가 지켜보는 청문회에서 마누라, 남편, 자식들까지 모두 도마 위에 올려져 발가벗기는 우세질을 면했으니 말이다.
그 코드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일 총대를 멨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거들었다. 전날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내놓고 '구정권 추종세력은 물러가라' 주장한 터였다. 전공과 자질보다 코드에 맞춰 자리를 꿰차고는 정권 말 연임까지 한 사람들이 더 반발하는 모습이 구차하다.
혹시 아나, 어쩌면 못 나가겠다고 버티는 그들이 새 정권의 코드에 맞추기 위해 몸 바쳐 더 충성할지. 그것이 자신이 사는 길이라면. 일찍이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키케로의 입을 빌려 설파했다. 아웃사이더였다가 출세한 사람이 그 체제를 유지하는 데 더 열성적인 경우가 많다고.
이경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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