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기준이 엉망인 공천이 있을 수 있느냐"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는 선거가 끝나더라도 당이 화합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공천'을 보고 다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나온 공천 결과에 대한 불만이며 오늘내일하는 영남권 공천에서 자기계파를 지키려는 통첩성 경고인 것이다.
일면 박 전 대표의 반발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한나라당이 현재 확정해 놓은 대구'경북 공천 6곳 중 박 전 대표의 계파라 할 곳은 자기 선거구뿐이다. 나머지 5곳은 강재섭 대표를 제외하고는 이른바 '친이명박' 일색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 공천심사위는 지난 4일 공천 대상자를 2, 3배수로 압축한 뒤 최종 결정을 4차례나 미루고 있다. 이미 시중에는 어느 지역에는 누가 미는 인사로 결정 났다는 설이 파다한 판이다. '친박' 인사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모두 한나라당에서 활개 치는 시대착오적 계파정치 때문이다. 외부 인사 6명을 불러들여 모두 11명으로 심사위를 꾸린 것은 공천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계파를 떠나 국민이 수긍하는 인물을 공천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돌아가는 꼴을 보면 심사위는 한낱 양 계파의 교통정리 역할에 그치는 인상이다. 두 계파가 서로 또는 또 다른 실력자들이 심사위를 가만두지 않는 탓이다. 전체 12명 중 외부인사 7명이 중심을 잡은 통합민주당 심사위의 '개혁공천'과는 사뭇 딴판인 것이다. 한나라당에 국민이 혀를 차는 이유다.
이렇게 계파싸움으로 공천을 뭉그적대는 것은 유권자 모독이다. 오늘로써 4'9총선까지는 불과 27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2주 뒤면 공식 선거운동이다. 그런데도 유권자들은 아직 자기 지역에 누가 나오는지 어떤 공약을 들고 나오는 건지 깜깜하다. 한나라당은 인물'정책선거를 걷어차고 바람선거를 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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