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한나라당 공천에서 3선의원 6인방이 전멸했다. 공천 과정 내내 물갈이론의 표적이 돼 왔던 이들은 당초 1, 2명 정도는 살아남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모두 '삼선아웃' 되면서 결국 영남권 물갈이의 벽을 넘지 못한 것. 특히 이들 중 박종근·이해봉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 계열 인사로 '친박죽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격분하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무소속 출마나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결단에 동참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친이 인사들도 무소속 출마나 다른 정당 입당 등 각자 살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친박 측 인사 중 한명인 박종근 의원(달서갑)은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인사들에게 공천을 주기 위해 3선의원들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어디 있냐"며 '영남권 대학살'이라고 격분했다. 박 의원은 이어 "10년간 야당인 한나라당을 지켜온 인사들이 계파 간 갈등의 희생양이 됐다"며 "어떤 원칙으로 공천이 이뤄졌는지 모르겠다"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달서을에서 탈락한 이해봉 의원은 "한마디로 대국민 기만 공천이다. 사기극을 응징하기 위해 다른 의원들과 행동을 같이하겠다"며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은 14일 낙천한 김무성 최고위원 등과 만나 대응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반면 친이계 인사들인 안택수, 임인배, 이상배, 권오을 의원은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지만 공천 재심 신청 등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방법 찾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구경북 선대위본부장을 지낸 안택수 의원은 "할말도 없고 하고 싶은 말도 없다"며 직접적인 반발은 자제하고 있다. 이상배 의원도 "몽둥이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이처럼 3선의원들이 무더기로 탈락하자 대구경북의 정치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중앙무대에서 대구경북의 이익을 대변하고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다선의원들의 무더기 탈락으로 정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그동안 대구경북지역 예산 확보에 큰 역할을 한 3선의원이 탈락하는 것을 보고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며 "낙동강프로젝트, 첨단산업단지 유치 등 막대한 국비조달이 필요한 대형사업들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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