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으로 돌아가 엄마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 빨리 엄마를 만나고 싶다. 하지만 한국으로 시집온 지 한달도 안 돼 돌아가면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난 상관없다. 그러나 엄마가 슬퍼하고 더 아플까봐 두렵고 걱정된다.'(1월 18일)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입이 없는 사람처럼 조용히 있을 뿐이다. 매일 방에 누워 베트남에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똑같은 인간이다.'(23일)
설 연휴 첫날인 지난달 6일 아파트에서 투신한 베트남 신부 란씨가 숨지기 일주일 전(1월 17∼29일)까지 자신의 심경을 적은 일기(사진)가 13일 공개됐다. 17일은 두 사람이 협의이혼 신청 접수를 한 다음날이다.
공책 8장 앞뒷면에 빽빽하게 쓴 이 일기는 아파트 화단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란씨의 옆에 있었던 손가방 안에서 나왔다. 일기에는 의사소통이 안 되고 문화가 달라서 겪는 답답함과 가족들과의 갈등, 협의이혼 신청 이후의 심경 등이 적혀 있었다.
란씨는 신부를 찾기 위해 베트남으로 가는 한국 남자들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내가 그들에게 베트남에 와 달라고 한 게 아니다. 자기들이 필요해 베트남으로 와서 결혼하자고 했다. 그들은 결혼하고 싶으면 결혼하고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 하는가. 우리는 누구나 똑같은 인간이다.'(23일)
그녀의 일기에는 한글을 잘 모른다고 코를 꼬집는 행위나 숟가락으로 반찬통을 치며 야단을 맞는 상황 등도 묘사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기에서 구타를 당했다는 기록은 없으나 란씨 입장에서는 인격적 모멸감을 느낄 만한 부분이 있었다"며 "결혼 한달도 안 돼 돌아가야 하는 데 따른 걱정과 절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투신해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란의 어머니는 "딸이 숨진 동기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철저한 조사를 해 달라"고 촉구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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