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쪽집게 살생부' 명단오른 현역 예외없이 탈락

"우연의 일치 치고는 너무도 들어맞는다." 13일 뚜껑을 연 한나라당 영남권 공천에서 탈락한 한 인사는 공천심사가 시작되면서부터 꾸준히 당사 주변에 나돌았던 이른바 살생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한나라당의 영남지역 공천 심사 결과 살생부가 또다시 위력(?)을 발휘했다. 대구경북 8명의 현역 의원의 이름이 올라 있는 살생부는 그대로 적중했다.

대구의 박종근, 안택수, 이해봉, 김석준 의원을 비롯해 경북 권오을, 임인배, 김태환, 김재원 의원이 여기에 올라 있었다. 이인기, 이상배 의원은 명단에는 없었지만 나중에 낙천대상으로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살생부는 여러 버전이 나왔다. 3월초쯤 공천 심사가 시작되면서 나돌기 시작한 살생부는 소폭이지만 세 차례나 첨삭되면서 지속적으로 유포됐다. 이번 살생부는 최근 버전으로 지난 9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여기에 이름이 오른 현역 의원은 36명, 그중 영남권은 22명이었다.

당 안팎에서는 살생부가 당내 일부 세력과 청와대가 비밀리에 조율작업을 거쳐 작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근거는 살생부가 공천 결과와 너무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은 당 지도부,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 이방호 사무총장 등이 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공천을 논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문제의 최신 버전 살생부는 9일 밤 작성된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최신 버전 살생부가 만들어지기 전에 작성 주체가 누구의 이름을 올릴지를 놓고 이미 청와대와의 조율을 끝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살생부는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부산경남울산의 탈락자와도 정확하게 일치했다. 이명박계 정형근, 이성권, 김양수, 이재웅, 김영덕 의원이, 박근혜계 엄호성, 유기준, 김기춘, 이강두 의원 등 살생부에 이름이 오른 의원들은 예외 없이 탈락했다.

이처럼 살생부의 정확도가 입증되면서 남아 있는 지역구 공천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현재 서울 송파-서초-강남 등 이른바 '강남 벨트', 인천-강원 일부 지역 등에 대한 공천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들 지역 중, '36인 공천 살생부'에 올라와 있는 인사는 6명이다.

살생부의 높은 정확도는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유기준 의원은 "공심위의 유일한 공천 기준은 살생부밖에 없다"며 공천 심사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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