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는 '까나페 승진'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1991년도 프랑스 영화 '프로모숑 까나페(Promotion Canape)'에서 비롯됐다는데 말하자면 '소파 승진(승진을 미끼로 내건 성 상납)' 정도로 이해될 수 있다. 순진한 두 시골 아가씨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장밋빛 꿈을 안고 파리로 간다. 신입 사원 교육에서 두사람은 교육 담당 남성들의 성적 희롱 때문에 힘들어한다. 겨우 교육을 마치고 발령을 받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소파 승진'의 현실 앞에서 또다시 당황하게 된다. 다행히 두사람의 재치로 엉큼한 상사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지만 이 영화는 프랑스 직장 사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풍자해 눈길을 끌었다.
할리우드 스타 멜라니 그리피스 주연 영화 '워킹 걸(Working Girl)'에도 뉴욕 증권가의 직장 여성이 새 직장 자리를 내세운 남자로부터 성적 희롱을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리를 뛰쳐나온 여주인공이 비즈니스계의 성적 폭력을 통쾌하게 설욕한 뒤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간다는 줄거리다.
성적 희롱 같은 것도 결국 더 많은 것을 가졌거나 더 높은 지위의 사람이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가하는 비열한 힘의 행사다. 최근 프랑스에서 사회문제시되고 있는 성 상납 요구 풍조도 가난한 여성에 대한 가진 자의 횡포나 다름없다.
BBC방송 보도에 따르면 요즘 프랑스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주택위기라 할 만큼 집값이 크게 올랐다고 한다. 노숙자가 속출하는 이런 상황에서 남성 집주인들이 가난한 여성 세입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악용, 추악한 거래를 내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집세를 무료로 해주겠다거나 깎아주겠다는 광고를 인터넷 등에 낸 뒤 문의하는 여성에게 낯 뜨거운 거래 조건을 제시하는 식이다. 얼마나 꼴불견이면 '죄디 누아르'라는 시민단체 대원들이 세입자로 가장해 성 상납을 요구하는 철면피 집주인들을 찾아내 공개 망신시키는 활동까지 펴고 있을까.
요즘 BBC 웹사이트에 세계 각지 여성들로부터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댓글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다. 황당한 일이 잦아지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추악한 짓거리를 모방하는 파렴치한들이 혹 나타나진 않을까 괜히 걱정된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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