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우리집 꽃은 며느리

▲ 며느리 홍현주씨(왼쪽)와 시어머니 이영숙씨.
▲ 며느리 홍현주씨(왼쪽)와 시어머니 이영숙씨.

봄이다. 남쪽으로 향한 곳은 따스한 햇살이 가득하다. 경상감영공원의 오래된 나무 가지에 빨간 꽃봉오리가 맺혔다. 머잖은 날에 제일먼저 이쁜 꽃을 피울 듯이 준비하고 있다.

몇 년 전, 이쁜 꽃 한 송이가 우리 집에 날아왔다. 뽀얗고 천진스러운 모습이 꼭 초등학교 여학생 같다.

내 아들녀석이 가장 사랑하는 꽃, 큰며느리이다. 얼굴에는 함박꽃 웃음을 띄고 내가 부르면 언제나 "네, 어머니!" 하면서 달려온다.

없는 집에 시집와서 불평도 많을 테지만 게으른 아들녀석 부지런한 사람 만들고 항상 넉넉한 듯이 웃음 잃지 않고 주변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이 세상에서 이만큼 향기로운 꽃이 있을까.

이 세상에서 이만큼 아름다운 꽃이 있을까.

누군가의 노랫말처럼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라더니 내가 며느리를 보고 나서 그 노랫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임신7개월 째의 뒤뚱거리며 걷는 뒷모습도 너무나 이쁘다.

며느리의 마음씀이 아름다우니 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던 것이 복을 받는구나 싶다.

이쁘고 향기로운 꽃도 가꾸는 사람에 따라 수명이 달라지듯이 오랫동안 변함 없이 아껴주면서 사랑의 물을 주련다.

이영숙(대구 중구 대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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