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재 & 문화] "영치기 영차"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의 하나로 '영치기 영차'라는 소리가 있다. 운동회 때 줄다리기를 하거나 응원을 하고, 또 여럿이 물건을 함께 들자고 힘을 합칠 때 불쑥불쑥 나오는 말이다. 이와 비슷하게는 '어기여차', '으랏차차', '이여차', '어영차' 하는 것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무심코 쓰는 이 말이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닌 일본말에서 건너온 표현이라는 지적이 있다.

일제 때 조선민보사 사장을 지낸 카와이 아사오라는 일본인이 발간한 '대구물어'(大邱物語)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박중양 관찰사서리의 뜻을 받은 이와세, 나카에, 사이토, 이토모토 네 사람은 극비리에 인부 60명쯤을 부산에서 데려와 하룻밤 사이에 성벽의 이곳저곳을 파괴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치기영 치기영 치기영' 하면서, 목도꾼으로 부르는 인부들이 큰 돌, 작은 돌을 운반하고 있었다. 한국사람은 원래 어깨로 물건을 메는 것이 아니라 등으로 물건을 져 나른다. 박 관찰사는 이때 처음으로 목도꾼이라는 이름을 들었고, 그 운반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무거운 물건을 두 사람 이상이 나를 때, 일본사람들은 '영치기 영치기'라고 소리를 질러 호흡을 맞춘다. 한국사람들이 듣기를 '치기영'이라고 울렸는지 지금도 조선인은 첫 소리매김이 '치기영 치기영'이라고 나온다니까 우습다. 착각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이것은 1907년 당시에 대구관찰사였던 박중양이 독단으로 대구성벽을 헐어버릴 때의 상황을 그려놓은 장면이다.

이 글대로라면 '영치기 영치기'하는 것은 원래 일본사람들이 목도일을 할 때 쓰는 말이고, 요즘 우리들이 즐겨 사용하는 '영치기 영차'라는 표현도 여기에서 변형되어 나온 말인 듯하다. 한글 사전을 뒤져봐도 '영치기'는 "목도할 때 힘을 맞추기 위하여 여럿이 함께 내는 소리"라고 적어놓은 걸 보면, 일본말 찌꺼기로 의심할 만한 여지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 말고도 당연히 우리말인 듯 여기지만, 알고 보면 일본말인 경우가 더러 있다. 가령, '맘마'라는 것도 그러하다. 아기한테 "맘마 먹자"고도 하고, 울면 "맘마 줄게" 하고 달래기도 하고, 처음 말 배울 때 '엄마'만큼이나 빈번하게 '맘-마'하는 소리를 들려준다.

하지만 일본어사전에는 이 맘마라는 것에 대해 "밥을 일컫는 젖먹이의 말"이라고 분명히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말을 별다른 의심 없이 늘 입에 달고 산다. 더구나 어떤 분유회사에서는 이 맘마라는 단어를 자사의 브랜드로 내세워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말이 난 김에 한 가지를 덧붙이면, '뽀찌'라는 표현도 일본어에서 건너온 말이다.

대개는 이 말이 "상납금, 사례금, 알선료, 촌지, 개평, 팁, 뒷돈"이라는 정도의 뜻을 담은 '비속어'인 줄로 안다. 하지만 일본어사전에는 이 말을 "교토, 오사카 지방에서 행하(行下), 팁을 뜻하는 속어"라고 적고 있다. 몰랐으면 모르되 그 어원이 일본어, 그것도 속어라는 것이 확실해졌으므로,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극히 삼가야 할 단어가 아닌가 싶다.

우리말에 다소간 외래어가 섞이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그것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남겨진 일본어 찌꺼기인 줄도 모르고 사용한다면 그건 분명 문제가 된다. 더구나 어원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고 원래 우리말인 양 착각한다면 그건 정말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순우·우리문화재자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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