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네 모녀 살해사건'의 범인이 전직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이호성(41)씨로 밝혀지면서 대한민국이 충격 속에 빠져들었다. 그는 잇따른 사업 실패를 겪다가 결국 돈 때문에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현역 시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왕년의 프로야구 스타들은 지금 어떻게 변해 있을까.
◆'송충이는 솔잎을…' 야구계에 남아 있는 사람들
은퇴한 야구 선수들이 선호하는 곳은 역시 야구계다. 프로 야구단에 남아 '전공'을 살리는 이들이 많다.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은 지난 2005년부터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맡고 있다. 삼성 코칭스태프에는 한대화(수석코치), 이종두(타격코치), 류중일(수비코치) 등 현역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헐크' 이만수는 미국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코치로 활동하다 귀국해 SK 와이번즈 수석코치로 둥지를 틀었다.
'무쇠팔 투수' 최동원은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직을, '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은 LG 트윈스 감독을 맡고 있다. 김경문 두산 베어즈 감독도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즈 출신(포수). 김시진(투수)은 지난 2월까지 현대 유니콘스팀 감독으로 있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감독분과 위원으로 있다.
'타격의 달인' 장효조와 '비운의 투수' 이선희는 현재 삼성 스카우트로 몸 담고 있다.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권영호 투수는 영남대 야구부를 맡아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한·일 통산 170승 기록을 달성한 '밤의 신사'(야간경기에 강해서 붙여진 별명) 김일융(투수)은 일본에서 은퇴한 뒤 야구해설위원 및 프리랜서로 활약하며 야구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선동열 감독이 현역 시절 가장 두려워했다는 타자 박승호는 최근까지 기아 타이거즈 코치로 있다가 현재는 쉬고 있다는 전언이다.
홍준학 삼성 라이온즈 홍보팀장은 "웬만큼 유명한 선수들은 야구계에서 일하는 편"이라고 했다. 최종문 대구방송 야구 해설위원도 "현역 시절 이름을 날린 선수들은 구단 홍보라는 전략적 차원에서도 야구계와 연을 맺기가 쉽다"고 설명했다.
◆야구계를 떠난 사람들
레슨 골퍼로 전향한 선수도 있다. 삼성 출신의 투수 이상훈(LG 출신 이상훈과 동명 이인)과 홍성연, LG 출신의 오희주, 쌍방울 출신 이재홍 등이 골퍼로 활약 중이다. 최 해설위원은 "스윙을 기본 동작으로 한다는 점에서 야구와 골프 간의 유사점이 많아 선수들이 빨리 골프에 적응한다"고 말했다. 외야수 출신 신동주는 지난해 이상훈과 함께 아예 스크린 골프장을 차렸다. '영원한 불사조' 박철순은 2003년부터 골프용품 업체를 운영한 바 있다. 2006년 대장에 종양이 생겨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 건강한 상태로 경기도 군포에서 액정표시장치(LCD) 관련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조 '라이온킹' 박충식(투수)은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은퇴 후 호주로 가서 식당업을 하며 유소년 지도를 하다가 최근 사업이 어려워져 귀국했다는 소문이 전해지고 있지만 자세한 근황을 아는 야구인은 찾기 어려웠다. '제2의 선동열'로 불렸던 '비운의 투수' 박동희는 부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중 지난해 3월 22일 교통사고로 서른아홉 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야생마' 이상훈(투수)은 록가수로 변신했다. 2005년 '왓'이라는 밴드를 만들어 기타리스트와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며 2006년에는 앨범까지 냈다. '홈런왕' 김봉연은 교육계에 입신했다. 원광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그는 현재 충북 음성의 극동대학 사회체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삼성 출신의 권기홍(투수)은 체육과 전공을 살려 경주고 체육교사로 야구부장을 맡고 있다.
◆사업은 대부분 실패
이호성처럼 사업가로 전향한 선수들의 경우 성적표는 좋지 않다. 장효조도 은퇴 후 노래방을 운영했지만 사업을 접고 야구계로 복귀했다. '원조 불사조' 황규봉(투수)도 은퇴 후 방황하다 10여년전부터 부산에서 건설사를 운영하고 있다. '비운의 천재' 강기웅도 장인의 병원 사무장으로 일을 하다 그만 둔 것으로 전해진다. 최 해설위원은 "운동선수들은 '엘리트 스포츠 정책'으로 인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은퇴 이후 생계가 막막한 편"이라고 했다.
세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사업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FA(자유계약선수) 활성화로 목돈을 만지는 선수도 늘었지만 보증을 잘못 서거나 귀가 여려 사기를 잘 당한다. 은퇴 이후에도 현역 시절만큼 화려한 생활을 꿈꾸거나 운동 선수의 재테크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은퇴 선수의 사업 전선에 부정적 요인이 된다.
최 해설위원은 "한국 스포츠도 이제 미국이나 일본처럼 운동 선수들에 대한 교육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구단 운영 시스템을 프로화해 선수들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했으면 한다"고 역설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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