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까지만 해도 한센병 환자들은 기피 대상이었다. 병으로 망가진 한센인의 몸은 흉하기 짝이 없는데다 전염 우려 때문이었다.
나병균을 발견한 노르웨이 의학자의 이름에서 따온 한센병은 나병 또는 문둥병으로도 부르지만 의료기술과 의약품의 발달로 발병률이 뚝 떨어졌다. 天刑(천형)으로 불렸던 한센병은 치료약이 개발되면서 전염성이 거의 없어졌으며 1983년 복합화학요법의 등장으로 불치병 목록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한센병 환자는 신규발생이 연간 2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어졌다. 관계기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한센인은 경북 2천567명, 대구 1천866명 등 전국에 1만4천684명이 등록돼 생활시설과 정착촌 등에서 살고 있다. 이들 중 김천 삼애원 등 89곳의 정착촌과 성좌원 등 9곳의 민간시설에 수용돼 있는 한센인이 6천472명이다.
지역의 대표적인 한센인 정착촌인 김천 삼애원이 개발된다는 소식이다. 삼애원은 그동안 도심에 위치, 개발의 걸림돌이 돼왔던 터였다. 삼애원은 6'25전쟁 직후 형성돼 집단사육하는 닭, 돼지 등 가축 분뇨의 악취 때문에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다. 이제 삼애원이 개발되면 이곳을 수십년 동안 생활터전으로 삼아왔던 한센인 143명도 다른 곳으로 둥지를 옮겨야 할 상황이다. 또 한센인 보호시설인 대구 서구의 애락원도 이전 개발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1913년 미국인 선교사 플레처 박사가 설립한 후 1952년 대한예수교 장로회에 기증한 애락원은 한때 원생 수가 1천161명에 이르렀으나 현재는 60대 이상 한센인 30여명만이 머물고 있다. 애락원 역시 대구 도심의 금싸라기 땅으로 변해 개발차익을 노린 건설업자와 법인관계자 등이 얽히고 설킨 채 각종 비리와 부정이 이어지면서 법인 이사장 등의 구속사태를 불러왔다. 하지만 애락원도 앞으로 개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생존 한센인의 평균 연령은 69세라고 한다. 忍苦(인고)의 세월을 살아온 이들이 세상을 떠나면 아마 한센병이란 병명 자체도 世人(세인)들의 머릿 속에서 잊혀질지 모른다. 1980년 WHO가 악성 전염병이었던 천연두 근절을 선언한 후 우리 정부에서도 1993년 천연두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발표했었다. 한센병은 조만간 천연두의 前轍(전철)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恨(한) 서린 한센인 정착촌도 같은 운명을 가고 있다.
홍석봉 중부본부장 hsb@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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