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혼부부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 정점에는 혼수 장만, 결혼식, 신혼여행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웨딩 포털서비스를 제공하는 결혼 컨설팅 업체들이 있다. 결혼컨설팅 업체는 대구에만 100여개가 있을 정도로 성업 중이다. 이들이 웨딩홀, 식당, 예물 한복·보석 등 웨딩 관련 업체들과 치밀한 사슬로 연결돼 있다 보니 예비 부부들이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바가지를 피할 수 없다. 결혼시즌을 맞아 결혼컨설팅 업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폭리를 취하는지 추적했다.
◆친절함 속에 숨겨진 바가지 상혼=지난 14일 대구의 A웨딩컨설팅 업체. 예비부부를 가장한 취재진에게 웨딩플래너가 맨 먼저 요구한 것은 '회원가입'이었다. 이들은 결혼 절차와 제휴업체를 하나씩 소개하면서 "일목요연하고 저렴하게 결혼절차를 마무리해준다"고 했다.
처음에는 원하는 모든 조건을 들어줄 것처럼 얘기했지만 취재진이 이 업체와 제휴되지 않은 웨딩홀, 한복점 등을 미리 파악해 그곳과의 연결을 요구하니 말을 바꿨다. 그는 "(우리) 제휴업체 중에는 더 나은 서비스를 해주는 곳이 많다. 그곳을 통해 달라"고 부탁했다.
같은 날 B컨설팅업체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웨딩플래너는 "정확한 결혼날짜와 점찍어둔 웨딩홀이 어디냐"부터 묻고 곧 웨딩홀 예약이 비어있는지 확인했다. 또 "예식장을 직접 돌아보더라도 이름과 연락처를 절대 남겨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알고 보니 컨설팅 상담료가 무료인 대신 예비 부부와 가계약하는 순간부터 웨딩홀로부터 '소개비' 명목으로 커미션을 받아 챙기고 있었다.
◆컨설팅업체의 횡포=예비 부부가 컨설팅업체를 통해 손쉽게 결혼을 준비하면서 모르게 지불되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컨설팅업체가 말하는 '공짜'는 전혀 없고, 모든 부가 서비스에 컨설팅 비용이 뭉텅 붙어있는 구조였다.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 웨딩촬영 등을 담당하는 '웨딩숍'이 컨설팅업체에 지불하는 커미션은 전체 비용의 30~50%에 달했다. 200만원을 웨딩숍에 지불해 봤자 실제 비용은 100여만원뿐이고 나머지는 컨설팅업체가 차지하는 '소개료'다. 웨딩숍이 드레스와 사진 등의 질을 떨어뜨리더라도 고객들이 쉽게 그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문을 연 C웨딩숍은 신혼부부가 내는 비용의 50%를 컨설팅업체에 떼이고 있었다. 사장 K씨는 "열번 이상 사용한 낡은 드레스를 입히는 등 품질을 낮춰 단가를 맞춘다. 남는 게 없지만 신생 업체가 살아남으려면 컨설팅업체를 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석점 B사장도 "사업 초기에 컨설팅업체 대표라는 사람들이 찾아와 선수금 1천만원을 내면 고객 100쌍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제안했다"며 "홍보비라고 생각하고 그 돈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소개비는 '자기들만의 방법(?)으로 만회한다'고 했다.
컨설팅업체에서 고객을 소개받은 웨딩홀도 하객 1인당 식대 중 1천~5천원을 소개비로 주고 있었다. 영세·임대 웨딩홀일수록 소개비 단가가 올라간다. 한 웨딩홀 관계자는 "컨설팅업체를 끼지 않으면 장사가 안된다. (그들과 계약하지 않으면) 지저분하다, 주차가 불편하다,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등 나쁜 소문을 내기 때문"이라고 푸념했다.
한복·폐백·가전·침구·여행사 등 제휴업체들은 모두 같은 이유로 볼멘소리를 했다. 한 한복점 대표는 "컨설팅업체에 건네는 소개비를 보전하려면 웃돈을 얹은 뒤 할인해주거나, 질 낮은 상품을 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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