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李 "정치적 안정 필요"…경제·정치 상황 위기감 표출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지금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가 오는 것 같다"며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이즈음엔 무엇보다 정치적 안정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지난 10년 동안 위기에 대비해서 잘했었으면 좋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정치적 불안 속에서 세계의 좋은 환경 덕분에 그 정도 유지해 왔다고 냉정하게 평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 두고 통합민주당은 '선거 개업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선거 삼매경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직공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구미 '대운하 반대 도보 순례단' 행사에 참석, "대통령은 국익, 국민복리만 생각하는 초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해선 안 될 일을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가 안정돼야 경제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원론적인 발언을 총선과 연결 짓는 것은 억지"라고 맞받았다.

이 대통령이 느끼는 현 국면에 대한 위기감은 상당한 수준으로 보인다. 이날 워크숍에서 "이제 새정부가 탄생한 지 20일 되었는데 제가 생각해도 한 6개월쯤 된 것 같다"고 했다. 국민과 언론의 새정부에 대한 성급한 기대가 부담스럽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천정부지로 오르는 기름값, 원자재값, 환율을 언급했다. 이런 악재가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면 결국 중소기업이 피해를 본다고 걱정했다. 근로자들이 힘을 모아 기업의 생산성이 10~20% 올라가면 원자재값 인상을 상쇄할 수 있는데 노사 문화가 아직 원숙한 단계에 올라오지 못했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차 오일쇼크 때는 중동이란 탈출구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것이 없다"며 "모든 공직자와 기업가, 근로자들이 뜻을 모으면 이번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고 희망했다.

강한 추진력도 주문했다. 결론이 나기까지는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나 정확하게 얻어진 결론에 대해서는 빠른 속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장관들이 일을 할 때 주저하거나 눈치보거나 하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없다"며 "좌고우면하다가는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떠내려 갈 수 있다. 때로는 우리가 역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날 워크숍에서 새 정부의 바람직한 내각상 4가지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이어받은 한 총리는 "앞으로 5년간의 국정운영이 여러분의 어깨에 달려 있다"면서 "대한민국을 선진 일류국가로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도 '선진 일류내각'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총리는 그러면서 '팀워크 내각', '블루오션 내각', '청백리 내각', '머슴내각'을 선진 일류내각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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