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연 돋보기] 15일 대구 공연국립예술단 창극 '청'

오페라·뮤지컬·唱 잘 조화…토속적인 신명·해학 묻어나

▲ (사진 위)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심봉사와 청의 상봉 장면. 부녀의 애틋함은 회전무대 위에서 더욱 절묘하게 표출됐다. (사진 아래)용궁에서 곽씨 부인과 상봉하는 청의 모습. 애절한 음악과 선이 살아있는 동작, 몽환적 무대연출이 하나 돼 극의 깊이를 살렸다.
▲ (사진 위)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심봉사와 청의 상봉 장면. 부녀의 애틋함은 회전무대 위에서 더욱 절묘하게 표출됐다. (사진 아래)용궁에서 곽씨 부인과 상봉하는 청의 모습. 애절한 음악과 선이 살아있는 동작, 몽환적 무대연출이 하나 돼 극의 깊이를 살렸다.

지난 15일 국립 예술단이 국가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야심차게 만들었다는 창극 '청'을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났다. 김홍승 오페라하우스 관장이 직접 연출한 창극 '청'은 지난 2006년 9월 판소리의 본고장 전라북도 전주에서 열린 '세계소리축제'에서 초연된 이후 수도권을 제외하고 단 한차례도 지방 공연을 하지 않아 대구에선 생소한 작품이었다.

관객 대부분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어르신이거나 교육을 위해 초교생·중학생 자녀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학부모들이었다. 자연스레 관객층은 10대에서 70대까지 모든 세대가 총 망라됐다. 15일 오후 4시. 공연장을 가득 메운 1천여 관객들의 시선이 한곳을 향했다.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소문이 무성했던 국립예술단의 창극 '청'의 실체를 마주했다.

3시간 뒤인 오후 7시. 공연은 끝났지만 공연장은 박수 소리로 들썩였다. 조명이 켜진 후에야 겨우 공연장을 나선 이들의 얼굴에선 감격과 놀라움이 가득했다. 초등학생 두 아들을 데리고 공연장을 찾은 김선미(42·여)씨는 공연 중 복받치는 감정을 힘겹게 추스르며 공연을 지켜봐야 했다. 김씨는 "곽씨 부인의 상여 장면과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의 애끊는 판소리에 절로 눈물이 나왔다"며 "판소리를 듣고 소름이 돋은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은 관객 대부분이 뽑은 최고의 명장면. 180도 회전 무대로 요동치는 바다를 재현한 뒤 아버지를 홀로 두고 죽음을 맞아야 하는 심청의 절규가 국악단과 관현악단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음악과 하나 돼 많은 이들의 뇌리에 깊게 남은 것. 이 외에도 2부에서 잠깐 선보인 봉사들의 장기자랑 장면도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았다.

이번 공연을 위해 경남 창원에서 올라온 주부 박기순(53·여)씨는 "한국인 특유의 신명과 한(恨)의 감정이 창극 전반에 넓게 깔려있어 공연에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며 "대구 외의 타 지역에서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판소리의 고루함과 무대의 평이함, 그리고 진부한 스토리. 이 모든 선입견을 단 한번의 공연으로 없앤 국립 예술단의 창극 '청'은 외국 오페라 작품에 필적할 만한 한국의 숨은 진주였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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