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교의 제2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현대 젊은이들의 결혼관의 한 단면을 드러내 보이는 작품으로써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맞선 본 그날 바로 하룻밤을 보낸 남녀는 계속 만남을 가지면서도 서로의 사생활을 구속하지 않는다.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 이후에도 둘은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진다. 두사람은 결혼의 상투화를 거부하면서도 결혼을 일종의 물질적 거래로 여긴다.
소설 또는 영화로 이 작품을 접해본 사람들은 기'미혼을 막론하고 한번쯤 사념에 잠기게 된다. "정말 결혼은 미친 짓일까?"하고.
여성의 학력과 임금이 높아질수록 결혼 확률이 낮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7일 '출산율 감소 현황 및 요인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출산 감소의 주요 원인인 결혼의 지연 및 단념 현상을 연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1990년 결혼한 여성의 83.3%가 27세 이하였던 반면 2005년에는 36.9%에 그쳤다는 것이다. 여성의 전반적인 학력 향상이 결혼 확률을 5.2~8.5% 포인트 줄이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주원인은 결혼으로 인한 수익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남자는 바깥, 여자는 가정'의 단순 구도가 일반적이던 시절엔 여성에게 결혼은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성의 학력이 높아지고 사회적'경제적 활동도 활발해진 요즘엔 얘기가 달라진다. 직장과 가정의 양립, 자녀 양육, 자아실현 문제 등으로 스스로 결혼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출산, 심리적 불안감 등으로 인해 미혼여성이 결혼할 경우 포기해야 하는 총기회비용이 1억4천만원 정도 된다는 한국조세연구원의 조사 결과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런 사회 분위기 때문일까. 고액 연봉의 전문직 여성이면서 결혼은 원치 않는 이른바 '골드 미스'를 비롯, 방송인 허수경씨의 경우처럼 非婚(비혼) 엄마인 '미스맘' 혹은 '싱글맘'도 점증하는 추세다.
결혼을 기회비용의 손익관계로 받아들이는 세태는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이 둘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노력이 국가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때가 아닐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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