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흥 진출 기업들 "中투자 이렇게 성공했다"

철저한 현지화·우수인력 확보 '홀인'

중국 가흥경제개발구의 대표적인 외자기업 효성과 한국타이어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다녀갈 정도로 모범 외자기업이다. 두 기업은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중국 내수시장 공략은 물론 세계로 역수출까지 하고 있다.

가흥경제개발구에 진출한 대기업 효성과 한국타이어, 중소기업을 통해 한국기업의 중국투자 전략과 성공요인을 알아보자.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중국이 경기과열, 고물가, 동서 불균형 발전에 따라 거시경제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가흥경제개발구의 조현택 효성 사장은 저임금과 인센티브를 보고 중국에 진출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조 사장은 지역간 불균형 때문에 중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에서 의도적인 서진(西進)을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부 연안지역에는 외자기업에 대한 혜택을 줄이는 대신 인력이 남아돌고 상대적으로 저개발지역인 대륙 서부에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차별정책을 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목표로 하거나 차별화된 기술이 있다면 중국은 분명 '기회의 땅'이라며 과감한 도전을 주문했다. 중국 당국이 사업허가를 빨리 내주지만 감리를 철저하게 하기 때문에 당초 사업계획과 법규대로 철저히 시공할 것을 당부했다. 허가가 났다고 사업계획과 다르게 할 경우 중국 당국이 문제삼는 경우가 잦다는 것.

또 한국과 마찬가지로 불우시설이나 프로젝트에 기부금을 출연하는 등 사회공헌 사업을 활발히 하면 반드시 혜택이 따른다고 귀띔했다.

효성은 8년 전 중국 내수시장을 보고 가흥시에 생산기지를 만들었다. 효성은 중국 시장에 수출을 하고 있던 터라 생산기지만 이전한 격이어서 마케팅이 상대적으로 쉬웠고 경쟁력도 한층 강화됐다.

조 사장은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졌고 중국기업이 못 따라오는 품목이기 때문에 중국 이전 효과를 크게 보았다"고 했다.

◆높은 이직률, 인력수급이 관건

중국 진출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직원들의 잦은 이직이다. 중국 노동자들은 우리 돈으로 몇천원씩만 더 줘도 아무 말없이 회사를 떠나기 일쑤다.

방병석 케미렌즈 사장은 "이직률이 7~10%나 된다. 중국에서는 복리후생이 필요없다. 한푼이라도 더 주면 옮긴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고용안정을 회사가 더 바란다는 것. 이를 위해 생산성 향상과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교육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이영근 가나안 사장은 근로자 고용안정과 복리후생을 강화하는 신노동법은 오히려 우리 기업한테는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잦은 이직으로 노동유연성이 자연스럽게 작동되고 있다는 것. 또 생산성 향상과 시스템 효율화의 계기가 돼 전체 경쟁력은 더 높아진다고 한국기업주들은 보고 있다.

박중화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공장 가동 초기에는 최장 2년까지 한국에서 연수를 시킨 뒤 고용했다"며 "한국기업들이 요구하는 생산성을 위해서는 직업훈련과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한국기업주들은 중국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인간적 유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1998년부터 가흥경제개발구에서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직원 교육과 관리에서 모범기업으로 꼽힌다. 직원들의 숙련도와 높은 애사심으로 7차례 증설을 거듭하며 지난해 9억5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승용차 타이어사 제조사로는 하루 12만개씩 생산,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또 아시아와 중국에서 최초로 포드자동차 납품인증을 받았고 중국내 45개 업체에 타이어를 제공하고 있다. 연평균 25%씩 성장하며 중국 내 최고의 타이어 제조사로 성장했는데 이는 현지화를 통한 효율적인 직원관리가 핵심요인이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중소기업이라면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은 전체적으로 파격적인 급여와 복리후생을 제공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숙련된 엘리트 직원 확보가 관건이다.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더라도 숙련된 엘리트 직원 한두명이 회사의 성공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

문신웅 가흥 유천기계 사장은 "자격증과 이력서를 가져오더라도 제대로 할지 확신할 수가 없다"며 신뢰할 수 있는 지원기관을 통해 우수사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소기업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영근 가나안 사장은 "중국 직원들을 한국직원을 통해 관리·통솔하려면 반드시 실패한다. 중간관리자층은 믿을 수 있는 중국인을 통해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회사가 안정된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특히 가흥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은 중국 진출이 한계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와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기회가 되는 만큼 여러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집단으로 마련하고 생산·마케팅·애프터서비스까지 함께하는 공동 생산기지 구축을 제안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