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트 인도공과대 총장이 지난 2월 서남표 KAIST 총장과의 대담에서 "상상력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아시아 인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다. 서양의 과학은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정리해서 모델을 만들어 실험하고 검증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서양의 방식은 너무 오래 세계를 지배했다. 아시아는 서양에 부족한 직관(intuition)이란 게 있다.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상상력이다. 그런데 아시아에서는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자제시키면서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여기에 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상상력을 강조했다. "아시아 사람들은 서양에 의해 이미 증명돼 있는 문제를 좇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문제를 찾고 그것을 풀어 나가야 한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 우리가 발전시키고 싶은 것, 그리고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에서 학문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서 총장이 덧붙인 말이다.
미래학의 대부로 불리는 짐 데이토 하와이 대학 미래전략센터 소장은 정보화 사회 다음에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도래할 것이라고 했다. 드림 소사이어티에서는 이미지(image)와 이야기(story)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경제·사회 패러다임이 형성된다. 이미지의 생산·결합·유통이 경제의 뼈대를 구성하며, 거기에 감성적 스토리가 덧붙여질 때 새로운 부가 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드림 소사이어티는 꿈과 이미지에 의해 움직이며, 경제의 주력 엔진이 정보에서 이미지로 넘어가고, 상상력과 창조성이 국가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미지를 포장하여 수출하는 한류(韓流)는 한국이 드림 소사이어티 1호 국가임을 보여준다고도 했다.
안대회 교수의 저서 '선비답게 산다는 것'에 나오는 한 대목을 읽어 보자. 조선시대에는 어린이가 쓴 한시를 동몽시(童蒙詩)라고 불렀다. 광해군이 신임하던 무인(武人) 박엽이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어느 날 등불을 켜라고 하고는 손자에게 시를 한 번 지어 보라고 했다. 박엽이 즉석에서 시를 지었는데 한 구절만 남아 전해진다. '등불이 방안으로 들어오자 밤은 밖으로 나가네(燈入房中夜出外)' 안 교수는 소년의 깨끗한 영혼이 빚어낸 자연스러우면서도 재치 있는 표현에 감탄하며 어린이에게는 죽은 것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직관력과 상상력의 뿌리는 어린 시절에 완성된다. 어린 시절 약한 뿌리는 나중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동심과 시심(詩心)은 그 뿌리를 튼튼하게 살찌우는 최고의 자양분이다. 대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며 많이 느끼고 다양하게 체험할 때 동심과 시심은 활력을 유지한다. 죽은 것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창조자를 밀실에 가두고 타고난 상상력을 질식시키는 행위는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죽이는 폭거이다. 쉴 새 없이 학원으로 내몰리는 어린 영혼들이 너무 안쓰럽다.
윤일현(교육평론가·송원교육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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