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불합리한 정책의 대명사격으로 '목포 대불공단 전봇대'를 지적한 이후 전국적으로 '걸림돌 전봇대 찾기'가 붐을 이룰 정도지만, 정작 포항공단에서는 애초부터 '도로'를 잘못 만드는 바람에 화물차들이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곳이 10여군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오전 포항공단 2단지 동국제강-포스콘기술연구소 네거리. 30분 남짓 지켜보는 동안 이 지점을 통과한 트레일러는 70대가량이었지만 적법하게 통행한 차는 단 한대도 없었다. 트레일러의 차체와 적재함을 합친 길이는 15m 정도. 편도 2차로, 왕복 4차로의 이 도로에서 90도로 꺾어 좌·우회전을 하려면 사실상 4개 차로를 모두 차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지점에서는 모든 트레일러가 중앙선 침범이라는 '중대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 게다가 후판이나 H빔·강관 같은 길이가 긴 제품을 실은 트레일러는 차량과 적재품 길이를 합치면 20m에 육박해 승용차나 버스 등의 운전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 기피대상 1호로 지목받고 있다.
트레일러 운전자 윤모(42)씨는 "이 길은 철강제품을 실은 트레일러 등 화물차를 위한 도로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이런 도로를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쯤 공단 1단지 (주)삼일 네거리와 동일산업앞 삼거리는 사정이 더 심했다. 40여분 동안 100여대의 트레일러가 좌·우회전을 번갈아 하는 동안 금방 사고라도 날 것 같은 아찔한 순간이 2, 3분 간격으로 되풀이됐다.
철강재를 주로 수송하는 대형 운수업체 한 임원은 "회전할 수 있는 최소각도 없는 이 길에서 사고나면 무조건 우리 화물차 운전자들 과실이 된다"고 했다. 지입차주 김모(39)씨는 "회전하다 다른 차 한대 긁으면 밤잠 못 자고 운행한 며칠 운임이 통째로 날아간다"며 이번 기회에 포항공단 도로도 정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포항공단 도로 교차로가 이렇게 억지로 만들어진 것은 공장부지 분양면적을 늘리기 위해 철강공단이라는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반 주택단지용처럼 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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