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CD세대

386의 시대가 가고 585의 시대가 왔다고 한다. 전 정권에서는 386이 중앙 정가'관가 힘의 중심에 섰었으나 이제 585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는 얘기이다. 585는 1950년대 출생자로 80년대에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2000년대인 지금 50대가 돼 있는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을 가리키는 말이라 했다.

하지만 그런 영달은 그야말로 '고급관료 585'에게나 해당할 뿐, '갑남을녀 585'의 상당수는 이미 이 사회의 주무대에서 퇴장당하는 중이다. 그게 어찌 많은 나이라고 진작부터 고령이니 어쩌니 타박하고, 디지털시대에 뒤떨어지느니 어쩌느니 탈 잡기 일쑤였던 뒤끝이다. 한창이던 40대에 'IMF 쓰나미'가 덮치면서 세상이 바뀌어버린 탓이 클 터이다. 마치 음악CD의 성쇠행로를 보는 듯하다.

CD는 50대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즈음인 1982년에 미국 시장에 데뷔했다. 그때만 해도 너무 앞서 간 신세대 제품이었던지, 출현 5년여가 흐르도록 대중성을 얻지 못하다가 겨우겨우 기존의 LP판을 밀어내고 새 주류로 부상했다. 하지만 영화는 잠시뿐, CD는 얼마 못 가 디지털음악에 뒷덜미를 붙잡히고 말았다. 작년 미국 시장에서 디지털 판매는 50% 늘었으나 CD 판매는 20% 줄었다. 이미 10대의 절반이 돌아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불과 20여년 만에 영화를 끝내는 그 꼴이, 더도 덜도 아니고 딱 갑남을녀 585세대의 직장살이 같다.

게다가 갑남을녀 585의 퇴장 분위기는, 그 자녀 세대의 당당한 등장으로도 더욱 짙어지는 바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어서, 러시아 585세대의 자녀들은 푸틴 대통령의 막강함을 떠받치는 '빽'이 돼 있다고 했다. '강국 자존심만 회복한다면 독재화쯤은 감수할 수 있다'고 돌변한 그 '2080세대'의 지지가 힘이라는 것이다. 미국 대선판에 몰아치고 있는 '오바마 돌풍' 주도세력인 'Y세대'의 중심 또한 1980년대 출생자들이라고 했다. 환경재앙 등의 피해가 고스란히 자신들 몫이 됐다며 선거 참여를 통해 상황을 스스로 뒤집겠다고 나선 게 바로 그들이라는 얘기이다.

영달하는 50대 고급관료를 굳이 585세대라 분별하려거든, 그 동년배의 갑남을녀 585는 'CD세대'라 불러주기라도 하는 게 그나마 인간적인 대우가 아니겠느냐는 생각도 그런 저런 상념 끝에 든 것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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