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청에 끌려간 소현세자의 고초 낱낱이

심양장계(심양에서 온 편지)/소현세자 시강원 지음/정하영 박재금 김경미

심양장계는 1637년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나와 항복례를 갖춘 후 청나라 수도 심양으로 끌려가는 소현세자 일행을 전송하면서 시작된다. '장계'란 지방에 파견된 신하가 왕에게 올리는 보고서로 이 책은 왕세자 일행이 심양에서 볼모생활하면서 본국으로 보낸 보고서를 엮은 것이다. 작성자는 소현세자를 수행한 태자시강원의 신하들이다. 시강원은 조선시대 왕세자 교육을 담당한 관청으로 소현세자가 심양에 볼모로 갈 때 함께 갔다. 이들은 본국의 승정원으로 보내는 보고서에 조선이 겪은 치욕적인 대외교섭과 왕세자 일행의 하루하루 일상을 세밀하게 기록했다.

이 책은 당시 상황을 날짜별로 제목을 정해 기록하고 있다. 보통 역사서처럼 딱딱하지 않고 한편 한편을 드라마처럼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패전국 볼모의 처지로 청국의 강압적인 요구에 시달리는 소현세자 일행의 안타까운 모습, 삼학사로 알려진 윤집 오달제의 처형 소식, 역관의 비리를 증언했다가 오히려 용골대와 역관의 모함을 받고 처형당하는 왕세자의 신하 정뇌경과 강효원 등의 비참한 최후를 세세하게 기록했다.

왕세자 일행의 수난뿐만 아니라 청나라 심양으로 끌려온 조선인 포로들의 실상도 낱낱이 밝히고 있다. 또 삼전도 비문 문구에서부터 조선에서 보내온 시녀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문제로 고초를 겪는 왕세자 일행의 처지를 하루하루 낱낱이 기록했다.

더불어 명·청 교체시기 중국의 정치, 사회, 문화 상황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특히 청나라 핵심 군사제도인 팔기군의 정체와 청나라 사람들의 습속도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청나라뿐만 아니라 당시 몽골과 일본의 풍속까지 전하고 있어 17세기 동아시아를 현대에 전하는 역사서라고 할 만하다.

이번에 번역된 '심양장계'는 1935년 경성제국대학에서 규장각 총서로 간행한 판본을 완역하고 주석을 단 것이다.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현대어로 번역하고, 각 장면마다 소제목을 달아 내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1천48쪽, 5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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