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00자 읽기] 엄마는 예뻤다

김하인 지음/예담 펴냄

'탐스럽게 핀 수국 앞에서 이팔청춘 한 처녀가 사진을 찍었네. 깜장 몽당치마에 흰 저고리, 흰 버선에 흰 고무신을 신은 그녀가 양산을 받쳐들고 수줍게 웃고 있었네. 엄마…. 난 엄마가 이처럼 앳되고 고운 미소를 가진 처녀였던 때가 있었는지 몰랐어. 사람보다 꽃에 더 가까운 눈부시게 예쁜 시절이 있었는지 까마득히 몰랐어. 내게 있어 엄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늘 엄마이기만 했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엄마는 참 바보였어. 뭣 하러 이 예쁜 처녀를 두고 시집을 간 거야? 그냥 꽃 같은 사랑만 하지 왜 삶을 사느라 이 어여쁨 다 날려보낸 거야? 나 안 태어나도 원망 안 했을 텐데. 더 없는 어여쁨과 날 맞바꿨다는 증거가 되는 낡은 사진 한장에 끝내 어룽거리던(어른거리던) 내 눈물 떨어져 미소를 적셨네.'

김하인 산문집 '엄마는 예뻤다'의 한 부분이다. 항상 자식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느라 억척스러운 모습, 맵시 없는 몸빼 바지, 비릿한 땀 냄새…. 그래서 자식들은 엄마에게도 앳되고 고운 처녀시절이 있었음을 모른다.

이번 산문집은 1부 '빨간양철 지붕집'과 2부 '쇠주물집'으로 나누고 그 안에 다시 12개 키워드를 정해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사랑을 담아냈다. 지은이 김하인은 우리나라 대표적 감성 작가로 많은 독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특히 중국에서 11권의 소설을 출간했을 만큼 해외에서도 많이 알려진 작가다. 216쪽, 9천800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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