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안에 우리 경제가 버틸 수 있는 유가 충격의 임계점이라는 130달러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가 국가다'라는 극단적인 구호까지 등장한 가운데 전 세계는 사활을 건 에너지 확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안정적인 경제성장에 필요한 에너지 확보도 중요하지만 불요불급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효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며,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으로 에너지원을 다원화하는 등 좀 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종합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수년 전부터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산형 에너지 정책을 좀 더 과감하게 추진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분산형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대형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실제로 전기를 사용하는 곳에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중소규모의 발전소를 세워 전기와 열을 함께 공급하는 것이다.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에 건설되고 있는 죽곡지구도 이 같은 분산형 에너지 시설이다. 단지 내 열병합발전시설에서 전기와 열을 생산해 8천여가구의 주택, 상업시설, 학교 등에 공급하는 에너지 자급자족 단지이다. 죽곡 열병합발전시설은 국내에서 최초로 허가를 받아 완공된 CES(Community Energy System) 사업으로 에너지 분야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곳이다. 죽곡 지구에 뒤이어 현재 전국적으로 건설 중이거나 사업허가를 받은 CES사업장은 30여곳이 넘는다.
CES시설의 가장 큰 장점은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점이다. 대형발전소의 에너지 효율이 40% 남짓인데 반해 CES시설의 에너지 효율은 80%대에 이른다. 이처럼 에너지 효율이 높은 이유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열로 인근 지역의 난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발전소에서도 폐열이 발생하지만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서 이 폐열을 이용할 수 없다.
CES시설의 또 다른 장점은 발전과정에서 오염물질 배출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대규모 발전소의 주 연료는 유연탄이나 원자력이다. 그러나 대도시에 위치한 CES시설은 환경부 고시에 따라 공해가 거의 없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한다. 따라서 분산형 에너지 시설이 확대될 경우 대기환경 개선 효과가 크다.
이 같은 분산형 에너지 시설은 국내 에너지원 활용 및 운영을 매우 용이하게 하는 장점도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처럼 우리나라도 전력 피크부하가 발생하는 시점은 여름철이다. 평소 전력이 충분하더라도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여름철 피크부하 때문에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그런데 천연가스는 정반대로 여름철에 수요가 급감한다. 천연가스는 계절 구분 없이 연중 일정한 물량을 장기간 수입하는 조건으로 구매해야 수입단가가 낮아진다. 이런 조건으로 들여온 천연가스는 여름철이면 수요를 초과한 물량만큼 대규모 LNG(액화천연가스) 저장 기지를 세워 보관하고 있다. 만약 여름철에 과잉 공급되는 천연가스로 발전을 해서 피크부하를 낮춘다면 대형발전소와 대규모 LNG 저장기지 건설에 소요되는 막대한 국부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많은 장점을 지닌 탓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CES사업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CES사업이 모두 표류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구조 개편 정책에 적극 동참해 사업을 신청했던 기업들이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CES 시설의 연료인 천연가스 도매가격이 국제유가에 연동되어 최근 몇년간 급등한 반면, 수입원인 전기요금 및 열(난방) 요금은 거의 동결되어 사업여건이 급격히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표류하고 있는 집단에너지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집단에너지용 천연가스 도매가 조정 등 정부 부처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소세 등 천연가스에 붙는 세율을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3년부터는 우리나라도 기후변화협약 의무 감축국이 될 전망이다. 에너지 구조 개편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에너지 기업들의 신뢰를 더욱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의 정책기조가 정부와 기업의 상생이라는 측면에서도 정부 당국의 조속한 결단을 기대한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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