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북 군위읍 내량리의 한 양돈농장에는 철거가 시작되고 있었다. 농장주인 조종희(50)씨는 "막대한 적자를 보면서 양돈사업을 계속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남은 돼지는 모두 처분했으며, 양돈장도 철거한다"고 했다. 조씨는 "오죽하면 생업을 포기하겠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농가들에 따르면 현재 25kg짜리 새끼돼지 한 마리를 9만5천원 주고 입식해 생후 180∼200일까지 키워 출하하면 22만7천원을 받는데, 사료값만 11만7천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온풍기 가동 유류대와 약품비·전기료·금융비용·운영비·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군위에는 70여개의 양돈장이 있지만, 현재의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업체가 몇이나 될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
양돈농가 116호, 사육두수 17만1천125두로 경북도내에서 최고 규모인 영천 지역 양돈농가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거의 공황상태이다.
올 들어 3군데의 농장이 부도로 문을 닫았다. 영천시 청통면 C농장은 5천여두의 돼지를 사육하던 곳으로 2년 전까지만 해도 높은 수익을 올렸지만, 지금은 농장주인이 돼지를 그대로 둔 채 야반도주하고 없었다.
지난 2006년 12월, 9천175원 하던 사료가격이 1년6개월 만에 1만3천275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서정구 대한양돈협회 영천지부 사무국장은 "돼지 한마리 출하비용이 20만5천원인데, 생산비용은 25만6천원"이라며 "사료값 폭등을 더이상 견뎌낼 재간이 없다"고 했다.
경산 용성면에서 1천500여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는 이재규(45·경산 용성면)씨는 "작년 이맘때 2천200여만원 들던 사료값이 올해는 3천200만원으로 1천만원가량 올랐는데, 평균 출하체중 115kg짜리 돼지값은 작년보다 2만~3만원 떨어진 22만원 선"이라고 걱정했다.
양돈협회 경산지부 관계자는 "단기적인 돼지가격 안정 역할을 해왔던 수급안정기금이 지난해 4월 폐지되었고, 올해 정부가 수립한 긴급 사료구매자금 1조원 융자지원도 크게 실효성이 없어, 정부가 돼지고기 긴급수매를 하고 곡물안정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젖소 농가들은 더욱 울상이다. 경주 안강읍 사방리에서 젖소 12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정운락(50)씨는 "한우는 볏짚 등 조사료라도 먹일 수 있지만, 젖소는 그렇게 하면 당장 유질과 유량에서 차이가 난다"며 "정말 앞날이 안 보인다"고 울상을 지었다.
모두 120여 농가에서 젖소 1만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 마을 주민들은 "100마리 이상 사육하는 농가는 그래도 규모 때문에 그럭저럭 견디지만, 20~30마리의 소규모 농가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곧 폐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군위 소보면 달산2리에서 육계 7만마리를 사육하는 손병학(52)씨의 양계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손씨는 "병아리를 입식해 35일 만에 출하하고 있으나, 지금 같은 시세라면 마리당 200∼300원의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면서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최윤채·이희대·김진만·이채수기자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