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대통령님, 딱 두가지만 해결해주세요

납품단가 연동제 즉시 실시를…공교육 정상화로 家計 살려야

코스피지수 1600선 붕괴, 원/달러 환율 2년 2개월 만에 1천원 돌파, 소비자물가 3%대 고공행진, 2월 수입물가 22.2% 폭등 9년 4개월 만에 최고, 중소기업들 원자재 가격 상승 따른 생산단가 부담으로 납품중단 돌입.

#금값 아시아시장에서 온스당 1천18달러 사상 최고가 경신,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 지난해 이후 최저치 경신, 엔/달러화 환율 12년 5개월 만에 100엔선 붕괴, 국제유가 연일 사상 최고치 경신 두바이유도 배럴당 100달러 돌파, 지난달 미국 재정적자 및 최근 5개월간 누적 재정적자 모두 사상 최고치 경신.

대통령님.

무엇인지 짐작이 가시는지요? 지난주 후반부터 이번 주 초반 국내외에서 벌어진 대표적인 경제 현상 다섯가지씩을 열거한 것입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합니다. 신문을 펼치면 또 무슨 기사가 우리의 가슴을 짓누를지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가격은 최근 두달간 최대 57.3%까지 급등했습니다. 거의 전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실정에서 비명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산업현장과 가정에서 곡소리가 나고 있지요. 오죽했으면 3차밴드들이 원청업체인 대기업들을 상대로 납품단가 현실화를 요구하며 납품중단이라는 극약처방까지 쓰겠습니까. 그래도 아직 대기업들은 꿈쩍도 않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도 마찬가지이고요.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주가 낮술을 마시고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1t 70만원하던 원료가 170만원으로 뛰었다. 그런데도 생산품을 받아주는 대기업이 원가절감을 이유로 납품단가 10% 인하를 요구한다. 도대체 납품단가 연동제는 하는 것이냐, 마는 것이냐"고 묻더군요. 그는 하도 답답해 전경련 산하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협력단'에 몇차례 전화를 했지만 담당자와 일주일이 넘도록 연결이 안 된다고 푸념을 했습니다.

서민가계도 지금 엉망입니다. 월급 빼고는 안 오르는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일요일 밤 동네구멍가게에서 라면을 산 일이 있습니다. 한봉지 520원 하더군요. 천원짜리 달랑 한장 들고 2개를 사러 갔다가 할 수 없이 하나만 샀습니다. 300원, 400원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아내로부터 세상 물정 모른다고 핀잔을 들었지요.

문제는 금융 대혼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물가불안 속에 중소기업이 쓰러지고, 가계가 박살나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실제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 땅에 없는 원자재를 무작정 구할 수도 없고, 우리만 싼 원유를 도입할 수도 없습니다. 글로벌 경제가 위기로 치닫는데 동방의 작은 나라가 이를 되돌릴 힘이 없지요.

'서민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 50개 품목을 선정해 집중관리하라'는 대통령 특별 지시가 있었지만 그게 인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님을 市場(시장)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하지만 우리 정부가 진짜 할 수 있는 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습니다. 앞서 중소기업주의 하소연처럼 납품단가연동제가 조속히 실시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에 지시하고 대기업들을 설득해주십시오. 하겠다는 얘기는 지금까지도 있었지만 실질적인 행동이 없었습니다.

가계를 살리려면 가장 큰 지출 요인을 없애야 합니다. 바로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이지요. 달리 말하면 가계 수입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사교육비 부담을 없애 달라는 겁니다. 진학에 관한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학교에서 해결될 수 있어야 합니다. 중·고교생 2명을 둔 저의 경우 수입의 40% 정도가 사교육비로 나갑니다.

방법은 정부의 몫입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월급 걱정, 잘릴 걱정 없는 공무원들이 우리의 세금으로 살아가면서 이 두가지를 해결 못한대서야 말이 됩니까.

최정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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