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신임 MBC사장이 '뉴스데스크' 앵커 시절 인기 개그맨 박명수가 자신의 흉내를 내는 바람에 트레이드 마크로 사용했던 앵커 멘트를 중단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엄 사장은 2000년대 초반 뉴스 보도를 하면서 "또다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라는 앵커 멘트를 즐겨 사용했는데 박명수가 이를 패러디하여 방송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엄 앵커는 웃음거리가 돼버린 그 멘트를 더 이상 쓸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박명수는 최고의 인기 오락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주가를 올리고 있다. 국민MC로 불리는 유재석과 함께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개그맨이다. 2006년 처음 방송을 시작한 '무한도전'은 출연자와 포맷에 약간의 변화를 거치면서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 쇼로 정착, 인기에 가속도가 붙었다. 출연자들의 시시콜콜한 일상과 행태들을 재미있게 노출함으로써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기는 프로가 된 것이다. '무한도전'은 올 들어 급기야 시청률 30%를 돌파, 오락프로그램의 신기원을 세웠다.
'무한도전'이 성공하자 '무한도전'과 유사한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했다. '1박2일' '해피투게더' '황금어장' 등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무한도전'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무한도전'은 결과적으로 젊은 남녀 연예인들이 어울려 안고 엎어지고 뒹구는 '섹시놀이'형 오락프로그램을 퇴조시키는 데도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스킨십 자극에 혈안인 오락프로그램은 황당 불륜 드라마, 저급한 토크 프로그램과 함께 시청자들의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 우연히 TV 대담 프로를 봤더니 어떤 여성이 "애인이 남편보다 못생겼지만 새로운 기분이 있어서…"라고 말하더라면서 "어떻게 이런 내용이 버젓이 공영방송에서 나올 수 있느냐"고 개탄한 바 있다.
공'민영 공중파'케이블 구분 없이 상업적 시청률 경쟁에 TV 화면의 혼탁도는 위험수위다. 어제 기자들과 만난 엄기영 MBC사장은 "시청률 위주로 가지 않겠다"고 전제하고 "공익성을 위해 드라마 시간대를 줄이거나 폐지할 수 있다. 재미와 공익을 동시에 갖춘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언명했다. 결과를 기대한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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