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지역후보들 엇갈린 '운명'

한나라당 대구경북 지역 후보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공천탈락에 불복한 현역의원들이 버티고 있는 달서갑·달서을 등 '친박 벨트'와 중·남구 등지의 한나라당 후보들이 상대 후보에 비해 떨어지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반면 동갑·을, 수성갑, 북갑 등의 한나라당 후보들은 경쟁 후보의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나자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동강서약(東强西弱) 구도에 대해 "거저먹기식 선거를 하고 있다"거나 '웰빙 선거를 치른다'는 시샘도 받고 있다.

동갑·을의 경우 이 지역에 상당한 득표력을 가진 이강철 전 대통령 정무특보가 불출마로 돌아서면서 한나라당 후보들의 긴장도가 크게 떨어졌다. 주성영(동갑)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이 전 특보와 피를 말리는 접전을 펼쳤지만 이번 총선은 수월하게 치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총선 전략도 조용한 선거 운동으로 바꿨다. '들개 전략'에서 '들쥐 전략'으로의 전환이다."지난 총선에서는 들개처럼 온 지역구를 다니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번에는 들쥐처럼 소문 안내고 조용하게 지역구를 누비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19일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도 지역의 주요 인사들만 초청, 조촐하게 치렀다.

지난 2005년의 재보궐 선거 당시 이강철 열린우리당 후보와 격전을 치렀던 유승민(동을) 의원 역시 표정관리에 나서고 있다. 하루 종일 유권자들을 만나며 지지를 부탁하고 다니지만 지난 선거에 비하면 훨씬 여유로워졌기 때문이다. 그는 "재보궐 선거 당시 고생을 너무 많이 했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해 훨씬 편하다"면서 "그 대신 탈락한 '친박' 의원들이 출마한 달서쪽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이한구(수성갑) 의원은 이달 말쯤 지역구에 내려온다는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각 부처 업무 보고에 배석해야 하고, 당의 총선공약 수립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총선내내 지역구에 상주할 수 없다며 엄살을 부리고 있다. 기존 사무실(40여평)도 절반으로 줄였다. 이 의원 측은 "허세를 부릴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강적이 없어 너무 편하게 선거를 치르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당내 경쟁자도 없이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지은 이명규(북갑) 의원도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친박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지역에 비하면 행복한 것 역시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상대 후보가 강하면 선거전은 흥미롭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조용하게 치르는 것이 당연히 좋은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이 같은 웰빙선거는 한나라당 독식 구조가 만들어 낸 잘못된 선거구도"라고 지적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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