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 가수 김태욱

"탈없이 사는 우리 부부가 가장 큰 자산이죠"

"사업이 힘들 때 돈 한번 갖다주지 못했는데 짜증을 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더욱 고맙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가수 출신 사업가 김태욱(39) 아이웨딩네트웍스 대표에게 톱배우인 아내 채시라는 너무 고마운 존재다.

결혼 직후인 2000년부터 사업을 시작, 고생을 많이 시켰지만 단 한번도 불평하거나 짜증을 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김태욱은 지금도 아내 채시라 얘기만 나오면 고마움과 식지 않은 애틋함을 표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결혼하자마자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이 불안했을 텐데 시비를 건 적도 없고 짜증을 낸 적도 없어요. 처음에는 사채를 끌어써야 할 정도로 사업이 상당히 어려웠는데도 말이죠. 지금은 아내가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많은 자부심을 느껴 너무 좋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아이웨딩네트웍스는 IT를 기반으로 한 웨딩상품 유통업체다. 웨딩관련 사업을 하는 만큼 김태욱 부부가 탈 없이 잘 살고 있는 것 자체가 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 대표 자신이 가정불화를 겪으면 웨딩업체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성격이 굉장히 올곧아요. 저는 좀 헐렁한 스타일이고요. 나는 아내를 만나서 조금 올곧아졌고, 아내는 저를 만나 좀 헐렁해졌어요. 서로 보완이 잘 되는 셈이죠. 우리 부부는 싸운 뒤 애매한 관계를 싫어해서 바로바로 푸는 편이에요. 내가 풀자고 하면 아내가 또 잘 받아줘요."

여덟 살 짜리 딸을 둔 이들 부부는 얼마 전 둘째로 아들을 얻었다. 부부는 요즈음 큰 딸이 초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교육문제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눈다. 김태욱은"지금까지 바쁘다는 핑계로 아빠 역할을 못 했는데 앞으론 두 아이에게 잘 하려고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많은 연예인 출신 사업가들 중 김태욱은 단연 돋보인다. 2000년 창업한 이 회사는 현재 100여명의 직원을 둔 중견 업체로 성장했다. 월평균 700~800쌍을 결혼시키고 있으며, 현재 지방과 해외로도 서비스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2009년에는 상장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김태욱이 성공을 거둔 후 몇몇 연예인이 웨딩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어느 회사도 이 회사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

"돈이 많아서 사업을 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에요. 대구에서 섬유업을 하시는 아버지 덕택에 사업에 대한 눈이 빨리 뜨였지만 도움을 크게 받은 것은 아닙니다. 가수 데뷔 후 음반제작을 해 보니, 가수나 제작자보다 유통을 맡은 회사가 가장 안정적인 수익을 올린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유통업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웨딩 유통업을 차린 것이죠."

연예인 활동을 접고 사업을 하면 언론으로부터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기 마련. 그런데 김태욱은 연예인들의 결혼 소식과 함께 끊임없이 언론에 오르내리며 존재감을 오히려 탄탄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송일국'김혜리'이적 등 연예인과 김지연 아나운서, 유남규 감독 등 유명인이 아이웨딩네트웍스를 통해 결혼했다. 신동엽-선혜윤, 연정훈-한가인 커플도 이 회사를 통해 결혼한 대표적인 스타들이다.

"사업 초기에는 연예인 이름이 회사를 알리는데 도움이 됐어요. 그런데 스타 마케팅에만 의존하는 것은 회사 문을 닫는 지름길입니다. 오히려 일반 고객들이 비싼 줄 알고 찾지 않기 때문이죠."

유명인 가운데에는 과도한 협찬을 요구해 회사와 갈등을 빚은 경우도 있다. 김태욱은 무리한 협찬을 요구하는 연예인은 일단 자제를 시키는 편이다. 협찬이 결국 스타의 이미지를 깎아내린다는 조언에 대부분 연예인들이 수긍한다는 것.

"협찬을 많이 받으면 업체가 뒤에서 연예인 욕을 하게 돼요. 스타는 이미지 상품인데 그렇게 욕을 먹어선 활동에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나친 협찬은 자제시키는 편이죠. 협찬 문제 때문에 우리 회사에 왔다가 다른 회사로 발길을 돌리는 스타들도 있어요."

김태욱이 결혼을 앞둔 스타들에게 바라는 점은 '절대 결혼식으로 장사를 하면 안 된다'는 것. 정도를 벗어난 협찬은 결국 나중에 양자 간 갈등으로 남는다는 게 김태욱의 조언이다.

모범가장이자 성공한 CEO 김태욱. 일터와 가정에서 모두 인정받는 남자지만 음악에 대한 향수도 가슴 깊이 남아있다. 가수 시절 낭만을 얘기하는 김태욱의 모습에서 '개꿈'과 '담백하라'를 신나게 부르는 가수 김태욱의 모습도 엿보였다.

"틈틈이 집에서 곡을 쓰고 있어요. 본업인 가수의 꿈도 버린 건 아니에요. 기회가 되면 가수활동도 하고 싶습니다."

기타를 들고 눈웃음 가득한 얼굴로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이 그립긴 하지만 다이어리에 빽빽하게 적힌 사업관련 일정을 보면 가수 김태욱의 모습은 한동안 보기 힘들 것 같다.

연예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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