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명숙의 요리 테라피] 밀가루의 변신

아이들은 하얀 가루를 뿌리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마치 겨울철 흩날리는 눈을 연상하겠죠! 그런데 밀가루에서 느껴지는 촉감은 너무나 부드럽다. 솜털보다, 엄마의 품속보다 더…

밀가루는 독특한 질감으로 인해 감각 및 촉감훈련에 이용된다. 반죽 작업은 소근육과 대근육을 사용함으로 인해 신체기능 향상을 가져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반죽 시 느낄 수 있는 손가락 사이의 달라붙음과 질척한 느낌에 대해선 자폐성 장애아동의 경우 싫어하기도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밀가루 반죽은 흰색이지만 밀가루 반죽 시 물 대신 포도나 당근 주스, 치자 우려낸 물, 녹차 가루 등 자연에서 얻은 색소를 넣으면 다양한 색의 밀가루 반죽을 얻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요즘엔 마트에 천연색소까지 등장, 밀가루를 이용하면 컬러 지점토와 찰흙보다는 훨씬 유익하지 않을까 싶다.

비(非) 장애 아동의 반죽활동은 학원'학습지에 의한 스트레스와 부모'형제 간 갈등에 의한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작업이 될 수 있다. 뇌병변 아이나 소근육 운동이 부자연스러운 아동은 밀가루 반죽을 무르게 한 후 손가락으로 찔러보거나 손바닥 찍기 등의 흥미유발로 스스로 접근을 시도할 수 있도록 치료사가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짜야한다.

밀가루의 촉감과 반죽의 촉감은 어떠니? 밀가루에 예쁜 색을 내려고 우리가 무엇을 넣었지, 먹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등 다양한 질문을 주고 대화를 이끌어간다. 물론 정답은 없다. 아이들의 무한한 창의성과 상상력에 치료사는 강한 긍정을 해주고 공감해 줌으로써 아이들과 신뢰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이렇게 충분한 반죽과정이 끝나면 창의성을 발휘할 차례이다. 밀가루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뭐가 있을까? 밀대로 밀어 다양한 모양을 찍어(쿠키틀 활용)보거나 입체적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이 흔히 볼 수 있는 도넛이나 꽈배기 모양, 과자, 상상의 동물을 생각하면서 비슷하게 만들게 해 볼 수도 있다. 이어 열을 가해 굽는 과정에서 색이 변하는 모습도 보여주면 좋다. 비장애 아동이라면 열을 가했을 때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과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밀가루의 기원을 비롯해 주요 생산지와 식량으로 이용되고 있는 나라들을 공부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이야기 식으로 들려주기도 한다. 장애 아동에게는 굽기 전후 색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목걸이를 만들거나 도화지로 머리띠를 만들어 그 위에 붙여 왕관을 만들어주는 활동도 재미있다.

가정에서 이러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교육자이자 치료사가 돼야 한다. 따라서 햇살이 따스한 3월에 아이를 데리고 치료실만 다닐 일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재래시장이나 야외로 나가 돋아나는 새싹을 비롯해 나무'풀'흙'물 등을 보여주는 등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자연에서 더 많은 것을 알아가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요리치료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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