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봉규의 휴]초벌 부추는 사위도 안준다?

따뜻한 봄바람이 옷섶에 남아있던 한기를 털어내는 이맘때면 산골짜기 미나리꽝에선 미나리를 건지는 남정네들의 장화가 마를틈 없고, 산과 들에서는 달래'취나물'냉이'돌나물'유채 등을 뜯는 아낙네의 손바닥에서 초록물이 배여난다. 아울러 우리네 식탁을 점령한 봄나물은 생명의 첫 기운을 가득 담아서인지 색과 맛, 그리고 향이 비닐하우스 등에서 인공적으로 재배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그 중에서도 '초벌 부추는 사위도 안준다'는 옛말이 있듯이 입맛이 없고 나른해지기 쉬운 봄철엔 나물이 보약이다. 봄나물은 풍부한 비타민C를 비롯해 단백질'칼슘'철분 등 무기질을 다량 함유, 우리 몸의 저항력을 길러 줘 성인병 예방은 물론 치료까지 가능하다.

그러면 봄나물이라고 무조건 몸에 유익할까? 그건 아니다. 흔히 봄에 나는 다양한 나물들을 뭉뚱그려서 봄나물이라 부르지만 나물의 종류에 따라 그 특성에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자신의 몸에 유익할 지, 그렇지 않을 지는 체질과의 상관관계를 잘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 예로 냉이(木)와 쑥(火)은 오행의 상극관계인 가을(金)태생(8월7일~11월7일경)에게는 잘 맞지 않는 반면 달래(金)'원추리(金)는 봄(木)태생(2월4일~5월6일경)에게 맞지 않다.

이에 대해 "봄나물마저 체질에 맞게 골라먹는 것은 좀 심한 것이 아니냐"고 타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칫 가을(金)태생은 봄철 대표 음식인 냉이국과 쑥국을 먹지 말라는 소리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문제엔 해결책이 있는 법. 체질에 안맞는 나물을 섭취할 때는 자신에게 유익한 재료를 첨가하면 된다. 만일 냉이(木)와 쑥(火)으로 국을 끓일 때 달래(金)'무(金)'굴(金)을 듬뿍 넣어 상극의 기운을 중화시키면 가을(金)태생이라도 향긋한 냉이국과 쑥국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부추(木)와 냉이(木)처럼 봄나물 중에 특히 목(木)의 성질을 띤 나물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계절에 인체가 가장 약해지는 특징이 있어 봄나물이 나오는 시기에는 봄(木)태생이 가장 몸이 약하고, 그와 상생관계에 있는 여름(火)과 겨울(水)태생의 몸도 약해진다. 이는 봄에 유독 몸이 약해지는 봄(木)태생이 봄(木)기운을 듬뿍 담은 봄나물을 많이 섭취함으로써 신체의 건강을 지키라는 자연의 배려로 보면 된다. '봄에 나는 부추(木)는 많이 먹으면 과부집 담장을 넘는다'고 해서'월담초'로 불릴 정도로 강정효과가 뛰어나 '초벌 부추는 사위도 주지 않고, 남편에게만 몰래 먹인다'는 말이 생겨났다. 하지만 만약 남편이 목(木)기운과 상극인 늦여름(土)태생이나 가을(金)태생이고 사위가 봄(木)태생이라면 응당 부추는 남편이 아닌 사위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현명한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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