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죽장 고로쇠를 찾아서

달콤한 고로쇠 한잔…온몸 가득 '봄기운'이 퍼진다

포항시 죽장면 외에도 대구 인근에는 고로쇠 수액으로 이름이 난 명소들이 많다. 성주 가야산과 영천 보현산, 청도 운문산 등이 대표적이다. 멀리는 영양 일월산도 고로쇠가 풍부한 곳이다.

가야산 고로쇠는 해발 500~1천m 고지대인 성주 가천면 신계'용사'마수리와 금수면 영천리(형제봉) 일대에서 많이 채취된다. 지형적으로 토질과 배수가 좋고 일교차가 다른 지역보다 커 수액의 성분과 수질이 우수하여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또 가야산에는 거자수도 있다. 거자수는 자작나무류(거제수나무'자작나무'박달나무'물박달나무'사스레나무 등)에서 채취한 수액을 말하며, 곡우를 전후하여 마셨다고 해서 일명 곡우물이라고도 한다. 가야산 거자수는 가천면 신계'용사'마수리 등 해발 600m 이상 고지대에서 자라고 있으며, 50여 농가가 다음달 20일까지 수액을 생산하고 있다.

청도 운문산 일대에서는 매년 고로쇠 약수 1.8ℓ짜리 7천여통을 생산하고 있다. 운문산 고로쇠 물은 칼슘과 나트륨 등 10여종의 미네랄성분이 함유돼 건강에 좋다. 영천 보현산도 고로쇠 산지로 오래전부터 유명하다. 고로쇠나무는 주로 활엽수림지대에 자란다.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 꿈틀대는 생명의 기운을 찾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뼈에 좋다고 해서 골리수(骨利水)로도 불리는 고로쇠 수액은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기에 금상첨화로 자연이 주는 '봄의 선물'이다. 달달한 고로쇠 한 잔을 들이키면 온 몸에 활기찬 봄 기운이 넘쳐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포항 죽장면 수석산 자락. 지름 30cm가 넘는 고로쇠나무에 지성구(42)씨가 전기드릴로 작은 구멍을 뚫고 플라스틱 대롱을 꽂았다. 잠시 후 대롱을 타고 고로쇠 수액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방울 방울 떨어지는 수액은 봄빛을 머금어 영롱하다. 자연이 내려준 신비의 약수라는 고로쇠 수액을 한 모금 마시자 입안 가득 봄기운이 퍼져 나간다.

죽장(竹長) 고로쇠는 면봉산, 침곡산 등 해발 4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자라는 단풍나무과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한다. 두마'봉계'가사'석계리 등 90여 농가가 매년 2월 중순부터 3월말까지 고로쇠 수액을 받는다. 꽃샘 추위가 왔다가 날이 따뜻해질 때 고로쇠나무는 가장 많은 수액을 내보낸단다. 조갑수(54)씨는 "올해엔 꽃샘 추위가 없어 고로쇠 수액이 덜 나오는 편"이라며 "날씨 탓에 수액채취 시기가 예년보다 늦게 시작돼 빨리 끝날 것 같다"고 했다.

3만5천여그루에 이르는 고로쇠 나무에서 채취하는 죽장 고로쇠는 달달하고 깨끗한 맛을 자랑한다. 조성만(58) 죽장면고로쇠축제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고로쇠 수액은 밤과 낮의 일교차가 15도 이상일 때 많이 나온다"며 "면봉산(1,113m) 등 해발 1천m 가량되는 산들로 둘러싸인 죽장은 고로쇠 수액채취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얘기했다. 지난해 죽장에서는 고로쇠 수액 12만6천ℓ를 생산, 3억1천여만원의 농가소득을 올렸다.

고로쇠 수액은 뼈를 위한 물이라고 할 정도로 마그네슘'칼슘'인 등의 함유가 높고, 다양한 미네랄이 들어 있어 위장병과 성인병, 산후휴유증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년동안 고로쇠 수액을 마시고 있다는 조 국장은 "속이 편하고 머리가 맑아져 좋다"고 귀띔했다.

주민들이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것을 직접 보는 것도 흥미롭다. 지름 20cm가 넘는 나무에 드릴로 1,2개의 구멍을 뚫어 수액을 채취한다. 나무 한그루, 한그루마다 비닐봉지를 달아두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길다란 관을 연결해 산아래에 있는 집수통으로 수액이 모이게 한다. 이렇게 하면 보다 신선한 고로쇠 수액채취가 가능하다. 재미 있는 것은 '잘 생긴' 나무에서 많은 수액이 나온다는 것. 같은 크기라도 곧게 자란 나무, 표면이 매끄럽고 윤기가 나는 나무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수액을 채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액 채취를 위해 뚫은 구멍은 1~2년 후 나무의 생장에 따라 메워진다.

농민들이 땀흘려 채취한 고로쇠 수액은 1말(18ℓ) 4만5천원, 반말(9ℓ) 2만3천원, 1.5ℓ 페트병 12개 1상자 6만원선에 판매되고 있다. 직접 현장을 찾아도 되고, 죽장면사무소를 통해 전화(054-243-3001)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경북도 수목원

포항 죽장면 상옥리의 경북도수목원. 따뜻한 봄햇살을 받으며 수목원에 들어서자 개구리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창포원에 사는 개구리들이 '봄의 합창'을 들려준다. 물가에서 포근한 햇살을 즐기는 놈들도 있고, 짝짓기에 열중하는 놈들도 보인다. '봄이 왔다'는 사실을 개구리들이 시각과 청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 충직한 봄의 전령사인 셈이다.

동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경북도수목원은 해발 630m의 고산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1996년 55ha의 면적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3천300여ha로 크게 늘어났다. 멸종위기의 희귀식물을 비롯해 나무와 야생화 등 1천510종 17만9천여그루를 보유하고 있다. 수목들의 특성에 따라 분류한 고산식물원, 창포원 등 24개의 소원은 자연체험 학습과 학술연구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내연산 등으로 둘러싸인 수목원은 가족 단위로 자연을 찾아 숲을 체험하려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평일 하루 3천명, 주말과 휴일 5천명 정도가 찾는다. 아직은 겨울 기운이 남아 한산한 모습이지만 꽃이 필 무렵엔 많은 사람들이 수목원을 찾아 봄의 정취를 느낄 것으로 기대된다. 전화 054)262-6110.

◇볼거리/먹을거리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아 삼호(三好)의 고장으로 불리는 죽장면에는 고로쇠 수액 외에도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다.

선바위로 불리는 입암(立巖)은 노계 박인로가 시조를 쓴 곳으로 유명하다. 죽장 면소재지에서 상옥쪽으로 300여m 가다보면 도로변 왼쪽으로 높이 20여m에 이르는 우뚝 솟은 바위가 보인다. 맑고 푸른 가사천과 우람한 바위, 그 옆에 있는 정자가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한다.

영천 출신인 노계 박인로는 죽장에 살던 여헌 장현광을 찾아왔다가 입암(탁임암)의 절경을 노래한 시조 '입암29곡'을 남겼다. "무정히 서난 바회 유정하야 보이난다/최령한 오인도 직립부기 어렵거늘/만고에 곳게 선 저 얼굴리 고칠 적이 업나다." 또 입암서원 주변에는 노계 박인로의 시비가 있고, 입암서원이 자리잡고 있다.

죽장 면사무소에서 청송으로 가는 도로의 왼쪽(죽장 장터 부근)의 은하수식당은 죽장에서 잡은 다슬기로 끓여낸 고디탕으로 유명하다. 이 집의 고디탕은 부추와 파만 넣고, 들깨는 넣지 않아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15년째라는 강옥자 사장은 "죽장에서 나는 고디는 깨끗해 맛이 좋아 단골 손님이 많다"고 얘기했다. 손님이 원하면 밥과 국을 더 주는 푸근한 인심과 된장으로 무친 봄나물이 입맛을 더한다. 1인분 5천원. 054)243-9559.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타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서포항 나들목에서 내려 31번국도를 타면 된다. 포항 나들목에서 내리면 길을 되돌아와야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31번국도를 타고 기계면과 한티터널 등을 거쳐 30분 가량 달리면 죽장면사무소에 닿는다(1시간10분). 면사무소에서 경북도수목원까지는 69번도로로 28km 거리. 가사천 계곡을 구경하며 천천히 달리는 길은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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