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니아와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마카오'

유럽보다 더 유럽답고 중국보다 더 중국다운…

마카오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카지노의 도시'로 알려진 마카오가 카지노 따위엔 관심이 없는 나에겐 여행지로 좀 '생뚱맞다'고 느껴졌다. 크고 작은 국제 뉴스에서 '마카오'는 검은 돈이 오가는, 어두운 뉴스에 종종 등장하곤 했던 곳이 아닌가.

하지만 2박3일 마카오를 여행하는 동안 마카오는 놀라움과 매력으로 다가왔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도 화려함을 뽐내는 모습이 놀랍고, 동서양의 문화가 서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공존하고 있는 역사가 매력적이다.

마카오는 '박물관의 도시'이기도 하다. 면적 28㎢, 인구 50만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그 안에 크고 작은 박물관만 21개. 중요한 역사의 현장 마다 박물관을 만들어 과거를 함께 호흡하며 미래로 나가는 마카오의 오늘을 보여준다.

◆동양의 산, 말 탄 서양인과 어울리다

마카오가 포르투갈과의 동거를 시작한 것은 460여년 전. 1550년대 초 포르투갈인들이 처음 마카오에 도착한 후 지금까지 포르투갈 문화와 마카오 전통문화, 중국의 문화가 적절히 혼합, 발전되고 있는 묘한 매력의 도시다.

이곳에선 명나라시대의 도교 사원, 18세기 바로크양식의 성당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독특한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다. 17세기 요새들, 오래된 중국의 상점들,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유럽풍 극장, 아시아 최초의 서양식 등대, 식민지풍의 궁전들과 중국식 정원 등은 도시 전체를 이국적인 분위기로 물들인다.

사람들도 마찬가지. 결혼사진 촬영에 화려하게 차려입은 들러리를 20여명씩 몰고 다니며 '축제 같은'결혼식을 즐기고 있는 마카오 젊은이들은 유럽의 결혼식 문화를 보여준다. 반면 관광지 상점에서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른 후 관광객들을 상대로 흥정하는 상인들의 모습에선 중국인들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마카오 뒷골목은 유럽보다 더 유럽같기도 하고, 중국보다 더 중국같기도 하다. 마카오의 구시가지 골목은 폭이 매우 좁다. 하지만 무질서한 차량은 찾아보기 어렵다. 길가에 그어진 주차선에 한치의 어긋남 없이 반듯하게 주차를 해둔다. 오래된 유럽풍의 건축물은 마치 유럽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집집마다 향을 꽂아둔 제단을 보면 여기가 중국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토지신인'관우'상을 모셔놓고 제물과 복을 비는 향불을 피운다. 마카오의 아파트엔 아침마다 복도에 연기가 자욱하다. 집집마다 아침에 향불을 피우는 탓이다.

◆ 끝없는 박물관의 향연

마카오는 박물관을 따로 지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살아있는 박물관 그 자체다. 인위적으로 건물을 만들고 박물관을 세우기 보다 있는 그대로를 고스란히 역사 현장으로 되살렸다는 의미다.

'해양박물관'은 내항에 묶어 놓은 배와 같고'마카오 박물관'은 몬테 요새의 기반석 위에 세워졌다. 그리고 '전당포 박물관'은 최근까지 전당포로 사용된 건물에 3천년 중국 전당포의 역사를 전시한다. 규모가 크고 거창한 박물관만을 생각해온 우리에게 작고 아담한 소규모의 박물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박물관에서 보고 싶어하는 것은 박물관의'건물'이 아니라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현장'이기 때문이다. 마카오는 박물관의 이런 현장감을 잘 살렸다. 박물관의 전시품도 지루하지 않다.'타이파'꼴로안역사박물관'에서는 타이파와 꼴로안 섬의 전통생활 양식을 볼 수 있다. 주택을 개조한 듯한 작은 규모의 박물관 1층 전시실 바닥은 투명하게 만들어 마카오 전통 주거양식의 주춧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마카오 박물관'도 흥미롭다. 디오라마(diorama:축소모형)로 마카오 역사의 주요 장면을 고스란히 만들어냈다. 첫눈에 마카오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이유다. 이곳에 전시된 병풍의 그림처럼'동양적인 산'과'말을 탄 서양인'이 함께 어울리는 도시가 바로 마카오다.

'타이파 주택박물관'은 20세기 초 고위 관직의 포르투갈인들이 건축한 5채의 집을 정부가 사들여 만든 박물관이다. 포르투갈 건축 방식대로 흰색과 파스텔 연두빛으로 칠해진 집 안에는 당시 사람들이 사용하던 가구와 침구'식기류까지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오래된 보리수 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생태계가 보존돼 있는 저수지, 오래된 유럽식 정원이 함께 있어 마카오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공원 중 하나다.

◆다양한 놀거리, 먹을거리

뭐니뭐니해도 마카오는'카지노의 도시'다. 현재 카지노는 28개. 1961년부터 2000년까지 카지노 영업권은 마카오 토종자본이 독점했다. 그러다가 2000년 미국 자본이 들어와 현재는 카지노 영업권 3개 중 두 곳을 차지하고 있다. 2000년 미국 자본이 세운 카지노가 문을 연지 반년 만에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했을 정도. 타이파 인근에는 수만평에 걸쳐 '24시간' 공사 중이다. 공사차량과 작업인부들의 행렬은 밤이 깊어도 끊이질 않는다. 3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향후 3년이면 전세계 유명 카지노 및 호텔이 줄줄이 들어서 마카오의 지도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다.

마카오는 동서양의 문화가 혼합된 만큼 먹을 거리도 풍부하다. 전통 포르투갈 요리, 광동식 음식, 전통 마카오 음식, 퓨전음식도 발달했다. 일명 매캐니즈 요리라 불리는 마카오의 요리들은 포르투갈'중국'인도'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국 요리의 특징을 혼합해서 새로운 먹을거리로 재탄생시켰다. 이처럼 많은 문화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도시가 또 있을까? 이것이 마카오의 숨길 수 없는 매력이 아닐까.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취재협조 부흥항공 대구지점(053-255-0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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